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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신화이며, 전국에서 전승된다. 지역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아래의 본문은 김태곤, 최운식, 김진영 공저의 한국의 신화를 기본으로 해서 서 대석교수님의 한국의 신화와 황패강 교수님의 한국의 신화를 참고해 주석을 넣었습니다.
◦보기: (서:서대석, 황 :황패강) •이 신화는 사자를 저승으로 천도시켜주는 굿인 지노귀새남의 말미에 부르는 무가입니다.
•어비대왕 : 어비1는 무섭다는 말의 방언. - 민음사 출판의 조선의 귀신에서는 처용을 어비대왕이라 했다고 합니다. 바리공주도 용왕의 딸이고 처용의 처로 나옵니다.)
•바리공주는 버린 공주라는 뜻. •분량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4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지은이

출전

분몬

바리공주의 탄생과 부모와의 이별
옛날에 삼나라(황:천별산)를 다스리는 어비대왕(황:오구대왕)이란 임금이 있었다. 나라를 잘 다스렸는데, 정전(正殿)이 비어 있는 것이 흠이었다. 여러 종실과 시신백관이 간택할 것을 아뢰었다. 대왕은 간택할 것을 허락하는 전교를 내렸다. 나라에 영을 내려 간택을 하는데, 이간택, 삼간택을 하여 길대부인(황 : 병온)을 국모로 모시게 되었다.
"국가에 길흉을 알고 싶은데 어디 용한 복자(卜者)가 있더냐?" 대왕마마가 시녀 상궁에게 물었다.
"천하궁의 갈이박사(서: 다지(多智)박사(='박수' : 남자무당)), 제석궁의 소수락시(서 : 모란(牡丹)박사), (서 : 지하궁의 소실악씨('소실애기씨' : 여자무당)), 명두궁의 주역박사(서 : 명도(冥塗, 명계)궁의 강림(=강림도령,강림 : 저승사자)박사)가 용하다고 하더이다."
"천하궁에 가서 문복(問卜)하여라" 대왕의 전교를 받은 상궁은 생진주 석 되 서홉, 금돈 닷 돈 자금 닷 돈을 간추려 싸가지고 천하궁의 갈이박사를 찾아갔다.
천하궁의 갈이박사는 백옥반에 백미를 흩어놓고 점을 치기 시작했다.
"초산은 흐튼산이요, 이산은 상하문(上下門)이요, 세 번째는 이로성이외다." 상궁에게 점괘를 일러 주었는데,
"아뢰옵기 황송하나, 금년에 길례를 하면 칠공주를 보실 것이오, 내년이 길례를 하면 세자대군(서 : 삼동궁(세사람의 왕자))를 보시리이다." 상궁은 돌아와 그대로 아뢰었다. 상궁의 말을 들은 대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문목이 용하다고 한들 제 어찌 알소냐, 일각이 여삼추요, 하루가 열흘 같은데 어떻게 기다리겠느냐" 어비대왕은 예조(서 : 관상감)에게 택일을 명했다.
삼월 삼일을 초간택을 봉하시고 오월 오일 단오는 이간택을 봉하시고, 칠월 칠일 견우직녀가 상봉하는 날을 길례로 정하고 길례도감을 설치한후 준비하시 시작했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 몇 달이 석달이 지나가니 길대부인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수라에서는 생쌀내가 나고, 어수(중전마마가 드시는 물)에서는 해감(물속에 생기는 썩은 냄새나는 찌꺼기)내가 나고, 금광초(담배의 일종)에 풋내가 나고 탕수(국)에서는 날장내(생장냄새)가 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대왕마마에게 와뢰자 대왕마마가 묻는다.
"몽사가 어떠하더이까?" "예. 품안에 달이 돋아 뵈고 오른 손에 청도화(靑桃花) 한 짝을 꺽어 들고 있더이다." 대왕마마는 상궁에게 문복 가라 명했다.
천하궁의 다지막사는 점을 쳐 상궁에게 일러준다.
"길대 중전마마의 태기가 분명하구나. 자식을 보시는데 여공주를 볼것이요" 그대로 상달하자.
"문복이 용하다고 한들 제 어찌 알소냐" 고 웃어 넘긴다.
열달이 되어 낳으니 공주였다. 공주의 탄생을 대왕마마께 아뢰자 "공주를 낳았으니 세자인들 아니 날소냐, 귀하게 길러라."
하신다.
공주 애기가 태어난지 석 달이 되자 청대공주(서 : 청도공주, 황 : 청난)라 하고 별호로 다리당씨(서 : 달이장 아씨)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길대부인은 또 잉태했는데, 몽사를 말하기를
"품안에 칠성별이 떨어져 보이고 오른손에 홍도화 한가지를 물고 있더이다." 또 딸을 낳아 이름을 홍대공주(서 : 홍도공주, 황 : 홍난)라 하고 별호로 별이당씨(서 : 별이장 아씨)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아들이 태어나기를 기다렸는데, 계속 딸이 태어나 딸만 육형제를 두게 되었다.
(황 : 백난, 사녀, 오녀, 육녀)
육형제를 낳은 후 길대부인은 다시 잉태하였다.
"이번 몽사는 어떠하더이까" "이번 몽사는 연약한 몸이 부지하기 어려울까 하나이다. 대명전 대들보이 청룡 황룡이 엉켜져 보이고 오른손에 보라매, 왼손에 백마르 받아보이고 왼 무릎에 흑거북이 앉아 뵈고 양 어깨에는 일월이 돋아 뵈더이다." 길대부인의 말을 들은 대왕은 크게 기뻐했다.
"그대가 이번에는 세자 대군을 낳겠구려." 그리고는 상궁에게 문복갈 것을 명했다.
문복을 다녀온 상궁이 아뢰었다.
"이번에도 공주를 본다고 합니다." "점복이 용하다 한들 점복마다 맞출소냐. 이번 몽사는 세자 대군을 얻을 몽사로다." 하며 사대문에 방을 붙어 옥문을 열어 중죄인을 용서하게 하였다.
드디어 열달이 되어 해산을 하였는데 또 딸이었다. 길대 중전마마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대왕은 길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내 전생의 죄가 남아 옥황상제가 일곱 딸을 점지하였구나. 서해 용왕에게 진상이나 보내리다." 옥장이 불러서 옥함을 짜게 하여 함 뚜껑에 '국왕공주'라 새기게 했다.
중전마마가 탄식하며 말했다.
"대왕마마는 모질기도 모지시다. 혈육을 버리려 하옵시니, 신하 중 자식 없는 신하에게 양녀로 주시지" 대왕마마는 중전마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
"버리는 자손 이름이나 지읍시다." "버려도 버릴 것이요 던져도 던질 것이니 '바리공주'라 지어라." (서 : 발이다(버리다) 발이덕이(바리데기), 더지다(던지다) 더지덕이) 양 마마의 생월 일시와 아기의 생월 생시를 옷고름에 맨 후에 옥병에 젖을 넣어 아기 입에 물린 후 함에 넣었다. 금거북 금자물쇠, 흑거북 흑자물쇠를 채운 후에 신하를 시켜 바다에 버릴 것을 명했다.
앞에는 황천강 뒤에는 유사강이 흐르는 여울에 한번 던지니 용솟음하여 뭍으로 다시 나오고 두 번째 던져도 뭍으로 다시 나온다. 세 번째 던지니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하늘이 안던 자손이라 깊이 가라앉지 않고 금거북이 나타나 지고 간다.

부모님과의 재회
이때, 석가세존이 삼천세자를 거느리고 사해도 구경하고 인간도 제도할겸 해서 세상으로 나오다가 타향산 서촌을 굽어보니 밤이면 서기가 하늘에 가득하고 낮에는 안개가 자욱한 것이 이상했다.
"목련존자 들어라. 저곳에 하늘이 하는 천인이 있을 것이니, 네가 가서 살펴보아라" 다녀온 목련존자가 석가세존에게 아뢰었다.
"소승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석가 세존은
"네 공부 아직 멀었다." 하시며 돌배를 바삐 지어 가까이 가보니 국왕의 일곱째 공주였다.
"남자 같으면 제자나 삼으련만 여자니 부질없구나." 석가세존은 탄식하였다.
주위를 살펴보니 비리공덕 할아비와 비리공덕 할미가 바랑을 둘러메고 노감투 숙여 쓰고 황천경을 손에 들고 자지곡(서 : 지옥노래)을 노래삼아 외우면서 온다. 석가 세존이 묻는다.
"어떤 할아비, 할미가 시름없이 다니는고?" "저희는 비리공덕 할아비, 비리공덕 할미 입고, 절을 지어 승인(僧人)공덕, 다리 놓아 만인 공덕 원을 지어 행인 공덕을 할지라도 옷벗어 주는 대시주와 부엌공덕이 가장크고 젖 없는 자손 젖 먹여 주는 공덕이 제일입니다." "여기에 하늘이 아는 자손이 있으니 데려다가 길러라" 석가세존의 말을 듣고 할미가 말했다.
"봄과 가을에는 들에서 머무르고 겨울에는 굴 속에 머무는데 어찌 중한 자손을 데려다 기르겠습니까?" "이 아기를 데려다 기르면 집도 생기고 옷과 밥이 절로 생길 것이니 데려다 길러라." 말을 마친 석가세존은 온데간데 없이 바람처럼 어디론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할아비와 할미는 부처님인 줄 알았다.
함을 굽어보니 국왕 칠공주라 써 있었다. 함 앞에서 효성경과 애정경과 금강경, 법화경, 천지팔양경을 차례로 외우니 함 뚜껑이 열린다. 함 속에 든 아이를 보니 입에는 왕거미가 가득하고 귀에는 불개미가 가득하고 허리에는 구렁이가 감겨 있었다. 아이를 데려다가 물로 깨끗하게 씻었다. 가사장삼을 벗어 씻은 아이를 안고 돌아서니 난데없는 초가삼간이 절묘하게 지어져 있다. 비리공덕 할아비, 비리공덕 할미는 거기서 아이를 키우기로 하였다.
아기는 점점 자라나 어느 덧 일곱 살이 되니 배우지 않은 학문에도 능통하여 상통천문 하달지리 육도삼략 모두가 무불통지하여 모를 것이 없다.
하루는 아기가 묻는다.
"할미 할아비야, 내 아바마마 어마마마는 어디 계시냐?" 할아비와 할미가 아뢴다.
"아바마마는 하늘이고 어마마마는 땅이로소이다." "할아비, 할미, 거짓말마소. 천지가 인간을 골육으로 두던가." 할미는 뜰로 내려가 옷깃을 여민 후 눈물을 흘리며 아뢴다.
"무주고아(無主孤兒)인 아기씨에게 의탁하려 하였더니 부모를 찾습니까. 전라도 왕대(王竹)이 아바마마이시고, 뒷동산 옆 넓은 머구나무가 어마마마이십니다." "할미 거짓말 마소, 금수와 초목도 인간 골육을 두던가, 전라도 왕대는 아바마마 승천하시면 아랫동 윗동 잘라낸 후 두건 숙여 쓰고 짚는 데 쓰는 것이고 뒷동산 머구나무느 어마마마 승하하시면 아랫동 윗동 잘라내고 두건 숙여쓰고 짚으라는 것이니 그게 어찌 부모 되겠나." 이럭저럭하여 세월은 자꾸 가고 아가씨는 십오 세의 나이가 되었다.
한편 대왕마마 내외가 한날 한시에 똑같이 병이 들어 시녀 상궁들은 걱정이 많았다. 하루는 대왕마마가 상궁을 부르더니
"옛날의 문복이 용하더구나. 가서 점 한 번 쳐 보아라." 하고 문복할 것을 명했다.
상궁이 천하궁의 갈이박사를 찾아가 점괘를 들었다.
"동쪽에는 해가 떨어지고 서쪽에는 달이 떨어지니 양전마마가 한날 한시에 승하하리다. 바리공주의 사처를 찾으소서" 상궁으로부터 점괘를 들은 대왕마마는 길게 탄식하였다.
"종묘사직을 뉘게다 전하고 조정 백관은 뉘게 의지할고, 만백성은 뉘게 의탁하고, 시녀 상궁은 뉘게 의지할소냐" 눈물을 흘리다가 언뜻 잠이 들었는데 뜰 가운데에 난데없는 청의동자가 나타나 절을한다.
"어떠한 동자인데 깊은 궁중에 들어왔느뇨?" 동자가 올라와서 아뢴다.
"양전 마마가 한날 한시에 승하하시게 될 것입니다. 지금 사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조정 백관에 원망이 있더냐? 시녀 상궁에게 원책이 있더냐? 만인에게 원한이 있다더냐?" 대왕이 묻자 동자가 대답한다.
"원책도 아니오. 원망도 아닙니다. 옥황상제가 점지한 칠공주를 버린 죄로 그러합니다." "그러면, 어찌 다시 회춘하리오?" "다시 회춘하려면 동해 용왕과 서해 용왕이 있는 용궁에서 약을 잡수시거나, 삼신산 불사약과 봉내방장 무장승의 양현수(藥水)를 얻어 잡수시면 회춘하리다. 바리공주 사처를 찾으소서" 하고 동자는 온데 같데 없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깨어보니 남가일몽 꿈이었다.
대왕마마는 신하들을 불러 물어보았다.
"약수를 얻어다가 나를 회춘시킬 신하가 있는가?" "동해 용왕도 용궁이고 서해 용왕은 천궁이고 봉내방장 무장승의 향헌수는 수용궁이라 살아 육신은 못 가고 죽어 혼백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거행할 신하가 없습니다." 신하들이 아뢰는 말을 들은 대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용상을 치며 탄식하였다.
"바리공주 찾는 자는 천금상에 만호후를 봉하리라." 신하들에게 바리공주 찾을 것을 명령했다.
한 신하가 나와 대왕마마에게 아뢴다.
"소신은 대대로 구록을 먹어 국은이 망극합니다. 간밤에 천기를 잠깐 보니 서쪽에 밤이면 서기가 하늘에 가득하고 낮에는 운무가 자욱하니 그곳에 공주가 계신 것 같습니다. 소인이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러자 중전마마가
"간 곳도 없이 한번 버린 자손을 어디 가서 찾으리요" 하면서 탄식하였다.
"그리하여도 가려하나이다." 신하는 거듭 청했다.
"그러면 가라" 대왕마마는 어주 삼배를 내린 후에 하직하고 길을 떠나 보냈다.
대궐문을 나서자 어딘지 갈 바를 몰라 신하가 망설이고 있는데, 까막까치가 나타나 고개짓을 하며 길을 인도하고 풀과 나무들도 한곳으로 쏠리며 방향을 알려 인도해 태양 서촌으로 찾아 들어갔다.
마을에 들어가니 월직사자와 일직 사자가 나타나 묻는다.
"인내가 나는구나. 그대는 사람인가 귀신인가. 길짐승, 날새도 못 들어오는 곳에 어떻게 왔는가.?" "나는 양전 마마의 명을 받들고 바리공주를 찾기 위해 생사를 결단하고 왔나이다." 사자들은 신하를 대문으로 안내했다. 쇠문을 두드리며 소리쳐 부르니 비리공덕 할아비, 할미가 나온다.
"귀신이냐 사람이냐? 날새 길짐승도 못 들어오는데 천궁을 범하느냐?" "저는 국왕마마의 분부로 바리공주를 찾아왔나이다." 바리공주가 나와서 신하에게 묻는다.
"표적을 가져왔는가?" "아기의 칠일 안저고리를 가져왔습니다. 죄가 많아 국왕 자손을 이 산중에 버렸구나 하시면서 용루를 흘리시며 표적을 주더이다." 바리공주가 표적을 받아보니 양전 마마의 생월 생시며 애기의 생월 생시가 꼭 같았다.
"그래도 못 가겠구나. 다른 표를 가져오너라" 금쟁반에 정안수를 담고 대왕마마 무명지를 베어 피를 흘리게 하고 아기 무명지를 베어 섞으니 한 데로 합친다. 그제서야 바리공주는
"틀림없는 혈육이니 가겠노라" 고 하며 따라나선다.
"그리하면 금연(金輦)을 드리릿가. 옥교(玉較)를 드리릿가.?" 공주는 사양하였다.
"그리하오면 거동 시위를 하오릿까?" "거동시위를 내 어찌 알겠느냐. 그대로 가리라." 바리공주는 자기가 살던 곳을 정리한 후 대궐을 향해 떠났다. 일행은 몇날을 걷고 또 걸어서야 대궐에 당도했다.
"궐문 밖에 도달하였나이다." 신하가 먼저 들어가 대왕마마에게 아뢰엇다.
"그러냐, 궐문에 들게하라" 바리공주가 대명전에 읍하고 통곡하니 대왕마마는 용루를 흘리시며
"저 자손아 울음을 그쳐라. 네가 미워 버렸으랴. 역정 끝에 버렸도다. 봄삼월은 어찌 살고 겨울 삼삭은 또 어찌 살았으며, 배 고파서 어찌 살았느냐?" 바리공주는 울음을 그치며 말했다.
"추위도 어렵고 더위도 어렵고 배고픔도 어렵더이다." "그래 어허, 저 자손아 부모 목숨 구하러 가겠느냐?" "아흔 아홉 빗장 속에서 청사 흑사 이불에 진주 안석으로 귀하게 기른 여섯 형님네는 어찌 못 가나이까?" 여섯 형님네가 옆에 있다가.
"뒷동산 후원에 꽃구경 가서도 동서남북을 분간치 못하고 대명전도 찾지 못하는데 서천서역을 어찌 갈 수 있겠느냐" 고 하는 말이 오뉴월의 악다구리 우는 소리 같다. 바리공주가 드디어 가겠다고 나섰다.
"소녀는 열달 동안 부모님 배속에 있었으니 그 은혜가 커서 가도록 하겠나이다."
바리공주의 모험
대왕마마는 바리공주에게 비대 창옥, 비단 고의, 고운 패랭이, 무쇠 질방, 무쇠 주령, 무쇠 신을 내려 주었다. 바리공주는 그것을 받아 몸에 걸친 후 대궐문을 나섰다. 나서니 동서를 분간치 못하고 갈 곳도 아득했다. 망설이고 서 있는데 까막 까치가 날아와서 길을 인도해 준다. 바리공주가 무쇠 지팡이를 한 번 짚으니 펀리를 가고, 두 번 짚으니 이천리를, 세 번 짚으니 삼사천리를 간다. 때는 춘삼월 호시절로 백화는 만발하고 시내는 잔잔했다. 푸른 버들 속에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벗을 부르느라 지저귀고 앵무 공작은 서로 희롱한다.
금바위 밑을 보니 반송이 구부러졌는데 석가여래와 지장보살이 바둑을 두고 있다. (황 : 석가세존님과 지장보살님에게 오기전까지의 모험이 그려져 있다. - 검은빨래가 눈처럼 희어질때까지 빨래를 해 주고, 무쇠 다리 아흔 아홉칸을 놓아주고, 탑을 쌓아주고, 검은 수건을 하얗게 빨아주는 일) 바리공주는 나가 재배하였다. 그러자 석가세존님은 눈을 감으시고 지장보살이 말씀하신다.
"귀신인가 사람인가.? 날짐승 길짐승도 못 들어오는데 천궁을 범하였구나" "소신은 조선국왕의 일곱째 대군인데 부모님 목숨 구할 약수 가지러 왔다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소신의 길을 인도하소서" 그제서야 석가세존님은 눈을 뜬다.
"나는 국왕의 칠공주란 말은 들었지만 일곱째 대군이란 말은 듣던 중 처음이로다. 네가 하늘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리라. 너를 태양서촌에 버렸을 때 잔명을 구한 게 나인데 나를 속일소냐? 부처님 속인 죄는 팔만사천지옥을 가는 죄이다. 그래도 네가 용하구나, 육로 육천리를 왔으니 험한 길 삼천리가 남았는데 어찌 가려느냐?" "가다가 개죽음을 당할지라도 가려 하나이다." 석가세존님은 감동한 듯 머리를 연신 끄덕인다.
"정성이 지극하면 지성이 감천이다. 네 말이 기특하니 내가 길을 인도하리라. 낭화(열매를 맺지 않는 꽃)을 가져 왔느냐?" "촉망중이라 가져오지 못했나이다" 석가세존님은 낭화 세 가지와 금주령(황 : 금지팡이)을 주시며 일러준다.
"이 주령을 끌고 가면 험로가 평탄해지고 대해는 물이 되느니라" 바리공주는 두 손으로 받고 하직 인사를 올린 후 길을 떠났다.
한 곳에 당도하니 칼산지옥, 불산지옥, 독사지옥, 한빙지옥, 구렁지옥, 배암지옥, 문지옥이 펼쳐져 있었다(황 : 팔만 사천지옥). 철성(鐵城)이 하늘에 닿았는데 구름도 쉬어 넘고 바람도 쉬어 넘는 곳이었다. 귀를 기울이니 죄인 다스리는 소리가 나는데 육칠월 악마구리 우는 소리 같았다. 낭화를 흔드니 칠성이 무너지고 죄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눈없는 죄인, 팔없는 죄인, 다리없는 죄인, 목 없는 죄인, 귀졸들이 나와 바리공주에게 매달리며 구제해 달라고 애원한다. 바리공주는 그들을 위해 염불을 외어 극락 가기를 빌어 주었다. 바리공주가 이곳을 지나니 또 커다란 바다가 펼쳐 있다. 이곳은 날짐승의 깃도 가라앉는 곳으로 배도 없는 곳이다. 망설이던 바리공주는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금주령을 하늘로 던졌다. 그러자 무지개가 서서 건너갈 수가 있었다. 건너가니 키는 하늘에 닿고, 눈은 등잔 같고 얼굴은 쟁반 같은 무장승이 서 있다.
"사람인가 귀신인가? 열 두 지옥을 어찌 넘어오며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고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도 쉬어넘는 철성을 어떻게 넘어 왔는가.? 또 모든 것이 가라앉는 삼천리 바다(弱水약수)(서 : 신선이 살았다는 중국 서쪽의 전설적인 강. 부력이 약하여 큰 기러기의 털도 가라앉는 다고 한다.)는 어찌 넘어 왔는가?" "나는 국왕의 일곱째 대군인데, 무장승의 약수를 얻어다가 부모님 살릴려고 왔나이다" "그대 길 값을 가져왔는가" "촉마중에 못 가져 왔나이다" "길 값으로 나무 삼년 하여 주오" "그리 하오이다." "삼값으로 불 삼 년 때 주오" "그리 하오이다" "물 값으론 물 삼 년 길어 주오" "그리 하오이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석삼 년 아홉 해가 되니 하루는 무장승이,
"그대의 상이 남루하여 보이나 앞으로는 국왕의 기상이요, 뒤로는 여인의 몸이니 나와 천생 배필이라. 혼인하여 아들 일곱을 낳아 주오."한다. 바리공주와 무장승은 천지로 장막을 삼고, 일월로 등촉을 삼고, 썩은 나무 등걸로 원앙금침을 삼고 살림을 시작했다. 세월은 또 흘러서 바리공주는 마침내 아들 입곱을 낳아 주었다.
바리공주는 이제 그만 돌아가겠다고 했다.
"부부의 정도 중하지만 부모님께 효행이 늦어지니 바삐 가야겠나이다." "앞바다의 물 구경을 하고 가소" 무장승이 청했다.
"물 구경도 싫소" "뒷동산 꽃 구경 하고 가소" "꽃 구경도 싫소. 초경에 꿈을 꾸니 금관자가 부러져 뵈고 이경에 꿈을 꾸니 신관자가 부러져 뵈더이다. 양전 마마가 승하할 꿈이니 급히 가야겠소" "그리하면 그대가 길어다 쓰는 물이 약수이니 가져가고, 베던 풀은 개안초이니 가져가오. 뒷동산 후원의 꽃은 숨 살이, 뼈 살이, 살 살이 꽃이니 가져가오. 숨 살이, 뼈 살이, 살 살이의 삼색 꽃은 눈에 넣고 개안초는 몸에 품고 약수는 입에 넣으시오" 바리공주는 물을 넣어 짊어지고 하직 인사를 한 후 길을 떠나려 하자.
"그 전에는 혼자 살았으나 이제는 혼자 살 수 없소. 나도 공주 따라 가리다." 무장승도 가겠다고 나섰다. 갈때는 한 몸이더니 돌아올 때에는 아홉 몸이었다

부모님의 회생과 무신이 된 바리공주
갈치산 불치 고개 대세지 고개를 넘어오니 피바다에 배들이 떠다닌다.
"염불을 외우고 아미타불 소리 요란하고 연꽃이 사방에 바쳐져 있고 거북이 받들고 청룡 황룡이 끄는 배는 어떤 밴고?" 바리공주가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물었다.
"그 배는 오는 망자는 세상에 있을 적에 다리 놓아 만인공덕, 원을 지어 행인 공덕, 절을 지어 중생 공덕, 옷을 벗어 시주하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염불 열심히 하고 만인에게 시주하여 극락세계 연화대로 소원 성취하러 가는 배입니다." 그 뒤에 배 한 척이 또 따르고 있어 바리공주가 물어보았다.
"풍류로 잔치하고 화기가 만발하여 웃음으로 열락(悅樂)하고 고운 향기가 가득하여 맑은 기운을 띠고 오는 배는 어떤 밴고?" "그 배에 오는 망자는 세상에 있을 적에 나라에 충신이요 부모에 효성하고 동기간에 우애있고 일가에 화목하고 동네 사람에게 유순하고 가난한 사람 구제하며 선심으로 평생을 살다가 죽은 후에 초단에 사제 삼성 지노귀굿 받고 이단에 새남굿 받고 삼단에 법식 받고 시왕제 사십구제 백일제 받아 극락세계에 왕생극락하러 가는 배로소이다." "또 그 뒤에 오는 활 든 사람, 창 든 사람이 둘러있고 머리 풀어 산발하고 의복도 벗기고 결박하여 울음소리 가득하고 모진 악기가 충만하니 그것은 또 어떤 배인고?" "그 배에 오는 망자는 세상에 있을 때에 나라에 역적이요, 부모에게 불효하고, 동기간에 우애 없고 일가에 살(煞)이 세고 동네 사람에게 불순하고 시주도 못하고 남의 험담 잘하고 남의 말 엿듣고 역매흥정하고 이간질하여 싸움 붙이기와 사람 죽이기 심하고 탐이 많아 작은 되로 주고 큰 말로 받고 짐승 많이 죽이고 불법을 비방하였기에 화탕지옥 칼산지옥으로 가는 배로소이다." 또 한 배가 보이는데 그 배는 불도 없고 달도 없고 임자도 없고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저 배는 어떤 밴고?" "그 배에 있는 망자는 무자귀신(無子鬼神)과 해산길에 죽은 망자와 시왕제(十王祭) 사십구제 지노귀 새남도 못받고 길을 읽고 세계를 몰라 임자없이 얹혀 있는 배로소이다." 바리공주는 크게 슬퍼하며 염불하여 그들이 극락왕생하도록 해주었다.
바리공주가 유사강을 지나 세상으로 나오니 소여대여가 나온다. 산에서 나무를 베는 초등들에게 어떤 연고의 소여, 대여냐고 물었다.
"댓가를 받아야 말하겠오" 바리공주가 아기 업었던 수건 일곱 자 일곱 치 고를 풀어서 주니 초동들은 그제서야 대답한다.
"양전 마마 한날 한시에 승하하셔서 북망산천으로 가시는 상여로이다." 그제서야 명정을 보니 임금 왕자가 뚜렷했다. 바리공주는 머리풀어 산발하고 무장승과 일곱 아들을 감춘 후 상여 앞으로 나가 소여꾼과 대여꾼을 물리게 하고 관을 뜯어서 양전 마마를 묶은 안매 일곱매밖매 일곱매, 소대렴을 풀고 좌수와 우수를 편안하게 한 후에, 바리공주는 조정 백관과 시녀 상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전마마의 입에 서천서역에서 가져온 약수를 넣고 또 개안수를 양전 마마의 품에 넣고 또 뼈 살이 꽃, 살 살이 꽃, 피 살이 꽃을 눈에 넣으니, 양전마마가 후-하고 긴 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키고 일어나 앉으면서
"이게 잠결이냐 꿈결이냐? 시녀 상궁들이 무슨일로 다 모였느냐? 앞바다 구경하고 왔느냐? 뒷동산 꽃구경 갔다 왔느냐?" 조정 백관들이 아뢰었다.
"버렸던 자손이 약수를 구해 와서 양전마마 회춘하셨나이다. 바삐 환궁하시이다." 나오실 적에는 곡성을 하며 인산이었는데 돌아가실 제는 거동 시위가 분명했다. 상궁 시녀가 뒤따르고 별감이 시위하여 환궁하는데 녹의 홍상이 꽃밭을 이루어 나라 안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환궁하여 정좌한 후에 대왕마마는 바리공주에게 물었다.
"이 나라 반을 베어 너를 주랴?" "나라도 싫소이다" "그러면 사대문에 들어오는 재산 반을 나누어 너를 주랴?" "그도 다 싫소이다. 그간 저는 죄를 지어 왔나이다." "무슨 죄를 지어 왔는가?" "부모 위해 약수 구하러 갔다가 무장승을 만나 일곱 아들을 낳아 왔나이다." "그 죄가 네 죄가 아니라 우리 죄라" 대왕마마는 무장승 입시할 것을 명했다. 잠시후 신하들이 돌아와 아뢴다.
"광화문에 사모뿔이 걸려 못 들어오나이다." "옥도끼로 찍고 들어오게 하라" 무장승이 입시하니 대왕마마는 깜짝 놀라
"몸 생김이 저만하고 일곱 아들 있다 하니 먹고 살게 하여 주마" 하자,
"비리공덕 할아비와 할미도 먹고 입게 제도하여 주옵소서" 하고 바리공주는 자신의 양부모인 비리공덕 할아비 할미의 은덕을 아뢰었다.
대왕마마는 모두에게 골고루 은덕을 베풀어 제도해 주었다.
무장승은 산신제 평토제를 받아 먹고 살게 점지하였으며, 비리공덕 할미는 지노귀새남굿을 할 때 영혼이 저승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가는 가시문과 쇠문, 시왕문에 지켜 섰다가 별비(別費)를 받아 먹고 살게 점지하고, 바리공주의 일곱 아이들은 저승의 십대왕이 되어 먹고 살게 점지하였다. 그리고 바리공주는 인도국 보살이 되어 절에 가면만반 공양을 받고, 들로 내려오면 큰머리 단장에 은아몽두리 입고 언얼도와 삼지창, 방울과 부채를 손에 든 무당이 되어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도록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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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람 불고 몹시 추운 저녁이었다. 정옥은 학교에 갔다 와서「에 추워」하면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책상에 책보를 놓고 나니깐 전보 한 장이 놓였다.

「어쩐 전보야.」

하고 얼른 뜯어 보았다. 전보의 사연은 이랬다.

〈할멈 금야 구 시 착〉

정옥은 이런 사연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고 입으로는 웃었다. 그것은 그 전보가 안주 그 본집에서 온 것을 알고 마치 놀이각시 시집 보내는 것처럼 할멈을 보내면서 그것을 하필 자기에게 보내어 어떻게 처리하라는 것이 귀찮고 속상하기 때문에 이마를 찌푸린 것이요, 집에서 그렇게 비루먹은 개처럼 구박 하다가 썩은 생선처럼 노래기처럼 보내는 터에 반가운 식구나 손님처럼 전보로 미리 통지를 하고 오는 것이 할멈의 처지에는 고양이 장삼 입은 것 같고 농사군이 사모관대나 한 것처럼 격에 맞지 않기 때문에, 더구나 그래도 그것이 서울 간다고 좋다고 춤을 추면서 오겠지 하고 입으로는 웃는 것이다.

「전보들도 잘하지, 돈들도 많은 게야.」

정옥은 쯧 하고 혀를 차고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전보 종이를 버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2

벌써 삼 년 전 일이다. 정옥의 둘째오빠가 그 부인과 화합하지 못하여 이혼한 후에 여러 해 동안 혼자 지내다가 새로 장가를 들어 서울서 학교 졸업한 새색시를 맞아들이고 회갑이 가까운 정옥의 모친은 더구나 노환이 몸에 떠나지 않기 때문에 집안일은 돌보아 줄 수 없는 형편이라, 아무리 간단한 살림이라도 식모의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충청도로 출가한 정옥의 언니 정순이 출가한 이후에 처음으로 친정에 오는 길에 함멈을 하나 데리고 갔던 것이다.

그 할멈은 나이 칠십이 가깝고 키가 좀 작고 얼굴은 꺼멓고 커다란 주름살이 많고 보기에도 뻣뻣하고 두터운 살가죽을 가진 노파이다. 그리고 아들이나 딸이나 세상에 도무지 혈육이란 하나도 없고 친척이 도무지 없는 그야말로 바위에서 낳았는지 장마비에 섞여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난 곳도 모르고 그러니까 제 나이도 모르고 물론 제 생일도 모른다. 아이들이 일부러,

「할멈 몇 살이오?」

하고 물으면 그 대답이 이렇다.

「충청도 있을 때 나하고 의좋게 지내던 처녀가 열 일곱 살인데 나하고 동갑이어서 나도 열 일곱 살이어.」

이 말을 듣고는 온 집안이 웃음판이 된다. 정옥은 몸이 오싹오싹 춥고 머리가 좀 아파서 자리를 펴고 누웠다. 가만히 누우니 할멈의 생각이 난다. 지난 여름방학에 집에 갔을 때 보던 생각이 난다. 공연히 싱글싱글 웃고 어깨를 실룩실룩하면서 춤을 추고 다니던 모양이 보인다. 하루종일 부엌에서 일하고 빨래하고 심부름하다가 어떻게 틈이 나서 주인마님이나 아가씨가 없는데 방안에 들어오면 고개를 기웃기웃하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작은 아씨 내 춤에 장단쳐 주어요.」

「그래 그래.」

그러면 할멈은, 좋다꾸나! 하고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좀 갸웃하고 어깨를 놀리고 볼기짝을 흔들고 다리를 들썩거리면서 돌아 간다. 그러다가 흥이 나면 소리가 나온다. 그 소리는 늘 자청해서 하는 꼭 한 가지 소리다.

대모야 풍잠아 너 잘 있거라.
떨어지는 상투는 염낭에 넣고
……(여기는 정옥도 생각이 안 난다.)

도검불 치마는 검어서 좋고
홍당목 치마는 붉어서 좋다.

이상스럽게 우러나오는 딴 목소리를 내어 저 혼자 신이 나서 지껄이면서 춤을 추고 돌아간다. 늘 보고 듣는 것이라 그리 신기하지도 않아서 정옥은 소리를 질러,

「할멈 어서 나가서 저녁 시작하지, 또 마님한테 걱정 들으면 어떡해.」

그러면 할멈은 히히 웃으면서,

「밥은 만날 먹는걸 그리 급한가, 나는 늘 춤이나 추고 소리나 하라면 좋겠더라. 작은아씨도 지금 그러지 나처럼 늙으면 쓸데 없어. 죽으면 쓸데있나.」

「아이 어서 나가보아, 또 마님에게 야단맞으면 어떡해.」

「마님이 왜 야단하셔? 마님이 나를 어떻게 사랑하시는데, 떡도 사 주시고 저고리도 해 주시고 마님도 좀 들어와서 들으시라지. 내 소리를 들으면 모두 잘한다고 칭찬을 하는데, 이왕에는 인력거 타고 불려 다녔다오.」

그러고는 또 희희희희하면서 돌아서 나간다.

할멈은 집에서만 이렇게 소리를 하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에 가서도 그러고, 거리에 다니면서도 그런다. 할멈은 매일 주 인나리의 도시락을 가지고 은행에 가는 것이 한 일과요,그것이 할멈에게는 큰 기쁨이다. 그 시간이 되기만 기다리다가 그때가 되면 다른 옷을 갈아입고 춤을 추면서 나간다. 은행에 갈 때나 심부름 갈 때나 밖에 나갈 때에는 으례 빨간 주머니 달린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갈아입는다.

할멈은 이 빨간 주머니와 거기에 달린 은노리개가 큰 자랑거리다. 빨간 주머니는 충청도 아씨가 주고 간 것이요, 은노리개는 일본 공부갔던 작은나리가 준 돈 오전으로 어느 장날 산 것인데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잊어버리지 않고 달고 나간다. 마님이 흉하다고 때어 버리라고 해도 기어이 비뜰어매고 다닌다. 그리고 나가서는 거리의 상점에 앉아서 하라지도 않는 소리를 혼자 한다. 그러면 사람이 둘러서서 큰 웃음거리가 된다. 그래서 성내 거리에서는 소리 잘하고 춤 잘 추는 충청도 할멈이라, 흑은 기생할멈이라 하여 유명하다. 그래서 나가면 으례 상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소리해라,춤 추어라.」

한다.

할멈은 나이는 육십이 훨씬 넘었지만 마음은 어린애다. 어린애들과 썩 잘 논다. 정옥의 큰집에는 어린애가 없으나 작은집에는 정옥의 조카가 둘이나 있다. 심부름을 갔다가는 그아이들과 놀고 과자를 얻어먹고 세월 가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늘 책망을 듣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얻어 먹을 뿐 아니라 정옥을 보고도 조용한 틈만 있으면 떡 사 달라고 하고 마님과 같이 장에 나가면〈떡 사 달 라, 사탕 사 달라〉염치없이 조른다. 그러면 어떤 때는 사주기도 한다.

할멈은 몸이 아주 든든해서 힘드는 일도 잘하고 별로 앓는 일이 없다. 그러다가 일이 정말 고되고 어려울 때에 몸이 좀 지쳐서 앓게 되면 방 한모통이에서 요를 머리까지 온통 들쓰고 끙끙 몹시 앓는다. 그럴 때는 당장 죽을 것처럼 앓는다. 그러면 주인나리는 불쌍한 늙은이라하여 아랫목에 눕게 하고 이불을 덮어 주고 마님이나 아씨가 친히 부엌에 나가서 밥을 짓는다.

정옥은 지난 가을에(개학할 임시에). 할멈이 찬 비를 맞고 빨래를 하고 나서 그날 밤에 몹시 않은 것이 생각나서 불쌍한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할멈이 대개는 말도 잘 듣고 일도 잘하고 춤추고 소리나 하여 낙천적으로 지내지만 조금이라도 심사가 틀리면 큰소리를 내어 대답을 하고 밥도 아니 먹고 들어와 아프다고 쓰고 눕는다.

할멈이 심사가 틀릴 때에 들어가 병을 앓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주인마님이나 아씨의 말을 안 듣고 항거하여 함부로 덤벼들 때에는 동정하던 주인들도 그만 진절머리가 나서 가만두지 아니한다. 처음에는 주인나리는 불쌍한 늙은이라 하여 역성을 들어 주고 주인 여자들을 잘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용하던 집에 정옥이 어머니의 환갑을 지내고, 아씨가 아기를 낳고 하기 때문에,일도 좀 많아졌거니와 한 가지 까닭은 아무것도 없는 불쌍한 늙은이라 하여 너무 덮어 주고 너무 동정하여 어떤 때는 한집에 세력을 잡은 나리가 주인마님이나 아씨보다 자기를 더 위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여 실상 분명히 할멈이 잘못하여 책망을 듣고 주인의 노염을 당할 때에도 할멈은 덮어 두고 마님이나 아씨를 그르다고 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너무 길러 주고 그 성미를 길러 준 결과 마침내 옳거나 그르거나 주인 부인네의 말을 듣지 아니할 뿐 아니라 도리어 주인을 업신여겨서 여러 가지 수욕을 더하고 야단을 하는 일이 그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일을 정옥은 친히 목도하여 잘 안다.

정옥은 여름에 갔을 때에 할멈이 심사를 내어 그 어머니에게 대하여 마치 자기 동배로 더불어 싸우는 것같이 아주 거만스러운 태도로 마디마디 큰 소리를 내어 야단하던 것과 그러다가 가없이 어슬렁어슬렁 대문 밖으로 쫓겨나가던 것과 나갔다가도 마님에게 사과도 아니하고 태연히 들어와서 웅크리고 앉았던 것이 생각나고,또 한번은 주인아씨와 충돌되어서 후원 우물가에서 입에 담을 수 없이 고약스러운 욕설을 퍼붓던 것도 생각났다. 그뿐 아니라 밖에 나가서 주인아씨와 심지어 나리의 흉을 선전하였다는 것을 생각하였다. 또 비녀와 돈을 훔쳐서 그 오빠 에게 초달1을 맞던 생각이 났다. 그때마다 할멈은 불쌍한 것인지 미운 것인지 불쌍히 여겨 도와 주어야 할지 미워서 내버려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정옥에게는 불쌍한 것을 어떻게 하여 구할까 하는 생각보다도 저 미치광이 같은 것, 저 미친 개 같은 것, 집에서도 어찌할 수가 없어서 종내 쫓아 보낸 것. 이런 생각만 나서 할멈이라는 것은 끔찍하고 무서운 물건, 싫고 괴로운 것같이만 생각되었다. 자리에 누웠던 정옥은 저걸 어떡해, 하며 벌떡 일어나서 나왔다.

3

정옥은 부엌에 나가서 주인집 아주머니가 저녁 짓는 데 불을 때어 주고 앉았다.

「참 전보 보소오. 무슨 전봅디까?」

「보았어요, 그까짓 거.」

「왜 무슨 전본데.」

「우리 할멈이 오신다오.」

「응 접때 편지 왔다더니 그게구먼.」

「그렇다오, 글쎄 그걸 어쩌면 좋아요?」

「아 나가 보아야지.」

「나가 보면 무얼해요, 나가면 만나지요, 만나면 데리고 들어와야지요, 들어오면 여기를 두어 둡니까, 그걸 차마 한길에 내다 버립니까.」

「그래두 나가 보아야지 그거 불쌍하지 않소?」

「글쎄 아주머니 어떡해?」

「어떡하긴 어떡해, 나가보아야지. 나오라구 했다지?」

「아이구 난 몰라.」

「대관절 편지에 뭐랬읍디까? 다시 좀 이야기를 하오.」

「무어라고 그러긴 아주머니도 가 보시고 그래. 할멈이 너무 흉악하게 굴어서 암만 해도 둘 수 없어서 자기 소원대로 서울을 보내니 너 있는 곳에 네나 데리고 있든지 저 있던 곳이라는 데를 데려다 주든지 충청도 저희 고향으로 보내든지 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말은 좋지.」

「참 그랬지!」

「저 있던 데라는 데가 어데요?」

「사직골이라든가, 내 접때 이야기했지요, 왜.」

「그럼 거기 데려다 주지.」

「아주머니두, 그게 벌써 몇 해 전인데 그 집이 여태 그냥 있기나 하며, 또 있다면 그 따윗걸 무엇이 반가워서 맞아들인답디까?」

「글쎄, 우리 집에라도 두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도 없고 어떡하나?」

정옥은 방안에서 저녁을 먹고 날이 몹시 춥고 바람이 또한 요란스럽게 불기 때문에, 더욱 쓸쓸한 건넌방에 혼자 앉아 있기도 싫거니와 건넌방은 춥고 안방은 따뜻하기 때문에 그냥 안방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더구나 내일은 임시 시험이 있으므로 여러 해 교사 노릇하던 아주머니에게 모를 것은 물어가며 수학을 복습하기에 골몰했다. 새로 난 교과서의 미터법은 옛날에 공부한 아주머니도 가르쳐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정옥이 혼자서 교과서와 필기책을 가지고 씨름을 하면서 몹시 애를 쓴다.

그러다가 정옥은 우연히 아랫목 담벼락에 걸린 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를 보고,

「아이쿠」

하고 부르짖었다. 작은 침은 IX자를 지나고 큰 침은 VI에 가까왔다. 신의주 방면에서 오는 찻시간은 아홉 시 이십 분이라 벌써 도착한 지 오랬다. 정옥은 무슨 큰 죄나 지은 것 같이 멍하니 앉았다.

정옥의 눈에는 커다란 보퉁이를 옆에 끼고 정거장 구내에서 두리번두리번하고 허둥지둥 하는 할멈이 보였다. 그러다가 마중나올 줄 알았던 작은아씨가 아니 보일 때에, 혹 작은 아씨 비슷한 사람은 바삐 왔다갔다 하여도 모두 모른 체하고 지나갈 때에 할 수 없이 밖으로 바삐 밀려나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휩싸여서 휘황한 전등불을 쳐다보면서 밀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밖에 나와서도 왔다갔다 하면서 작은아씨를 찾다가 인력거군과 여관쟁이들의 야단하는 소리, 자동차의 붕붕 하는 소리가 뒤섞여 몹시 분주한 가운데 뒤도 아니 돌아보고 달아나는 사람뿐이요, 작은아씨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아니할 때에 그만 절망하여 울 듯이 한모퉁이에 멍하고 섰는것이 보였다.

(어떻게 되었을까? 여관쟁이에게 붙들려 어디로 들어갔을까? 그러면 평안히 자겠지. 혹 순사에게 붙들려서 벌벌 떨고 섰을까? 거기서 내 이름을 부르고 내 말을 하면 어떡하나, 만일에 집에서 번지를 적어 주었으면 어떡하나. 그래서 순사가 데리고 와서 야단을 하면 어쩌나.)

정옥은 이런 생각을 하고 아주머니와 같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인제 어떡하나 할 수 없지.」

하고 자리를 펴고 누웠다.

바람은 그냥 호통치듯 불고 있다. 조금 떨어진 뒷간 함석이 바람에 흔들려서 덜거덕덜거덕 야단을 한다. 바람에 대문 소리가 조금 삐걱 하고 나도〈순사가 와서 찾지 않는가〉 하고 깜짝깜짝 놀랐다.

4

열 시가 거의 다 되어서 정옥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대문 소리가 나더니 어느새 뜰에 사람 소리가 난다.

「손님 오셨읍니다.」

정옥은 깜짝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고 눈이 둥그래서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서 나가 보라.」

하는 아주머니의 눈짓으로 문을 열고 나가 보았다. 깜깜한 뜰에 시꺼먼 사람이 초롱불을 잡고 섰는 것이 눈에 보이자 마루끝에 회끄무레한 그림자가 선뜻 올라서면서,

「아이 작은아씨 아니야요!」

하는 것은 온다고 하던 할멈의 목소리다.

정옥은 하도 놀라고 기가 막혀서 말도 아니 나오는 것을 입맛을 다시고서 게다가 추워서 떨면서 인력거 값을 물어 주었다. 그리고 할멈이 들어와서 빙글빙글 웃으면서 묻지도 않는 것을 혼자말로 전하는 본집 소식을 잠자코 듣고 앉았다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물었다.

「할멈 왜 왔노?」

「작은아씨 볼려고 왔지?」

하고 할멈은 한번 히히 웃었다. 그리고 작은 아씨에게 드리는 선물이라 하는 것처럼 먹던 귤 한 개를 내놓았다.

「작은아씨 잡수어 보셔요.」

정옥은 안 들은 체하고 일어서 건넌방으로 가면서,

「어서 가 자지, 할멈.」

그날 밤은 건넌방에서 정옥의 옆에서 잤다.

5

다음날 아침이다. 정옥은 학교에 가고 할멈은 정옥의 방으로 안방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혼자서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고 중얼거린다. 정옥의 아주머니는 하도 우스워서 쳐다보다가 얼굴에 분칠을 하얗게 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늙은이가 분은 왜 발랐나?」

「예쁘라고 발랐지.」

할멈은 소리를 하고 춤을 추면서 돌아 간다. 너무 우습고 가없어서 다시는 묻지도 않고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할멈은 정옥이 없는 새에 종일 묻지도 않는 말을 남이 듣거나 말거나 혼자서 지껄이고 있다. 그것은 모두 예전 있던 안주댁 정옥의 본집의 흉이다. 주인아씨의 욕이며 마님의 흉이며 나중에는 정옥의 오빠의 흉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흉악한 말뿐이다. 듣다못해, 「늙은이가 있던 주인댁의 흉을 전해서는 못써!」

하고 그 입을 막았다. 그때에 할멈은,

「참말 그래 내 실수로군.」

하고 웃는다. 정옥의 아주머니는 집에 둘 수 없는 고약한 늙은이다, 하고 생각하였다.

6

정옥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정옥이 학교에서 오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구두도 벗지 아니하고 할멈보고 말했다.

「할멈 있던 사직골 데려다 줄 터이니 지금 가.」

「작은아씨, 데려다 줄 테야? 그럼 가지.」

「할멈 짐도 가지고 가지.」

「가지고 갈까? 그랴.」

부엌에서 밥 짓는 정옥 아주머니에게 가서 귓속말 하는 것같이 하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작은아씨가 나를 데리고 가서 떼어버리고 오랴고 그러지.」

이 말이 끝나기 전에 정옥은 큰 소리를 치면서, 저물었는데 어서 가자고 재촉했다. 할멈은 춤을 추면서 커다란 보퉁이를 이고 정옥을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갔다.

한 사십 분 만에 정옥은 돌아왔다. 바람이 몹시 부는데 나갔다가 온 정옥은 볼이 빨개져서 아무말도 없이 들어온다. 아주머니는 잠깐 기다려서 물어보았다.

「어떡하고 왔소?」

「사직골 가서 두리번두리번할 때 휙 돌아서 왔지.」

「저걸 어째!」

「…………」

「참 안주댁에서 편지 왔읍디다. 책상에 놓아 두었소.」

「편지?」

하면서 정옥은 방으로 들어갔다. 펼썩 주저 앉으면서 책상에 놓인 엽서를 읽어 보았다. 편지 사연은 이렇다.

  • ……할멈은 보았을 듯하다. 할멈은 그 댁에 두게 하든지 여비를 보내 줄 터이니 고향으로 보내 주든지 저 있던 집을 찾아 주든지 어디 있을 곳을 얻어 주든지 하지 함부로 갖다 내버려서는 안된다. 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신다. 너는 아직 앞길이 창창한 어린애다.

할멈을 갖다 버리고 와서 정옥은 마음에 죄송스러운 생각이 많고 큰 죄를 저질러 놓은 것 같아서 공연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마음이 편치 못하던 터에 오라버니 편지에〈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신다〉하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벽력이 내리는 듯이 속이 끔찍하고 정신이 아찔하였다. 그것이 편지의 구절 같지 않고 공중에서 나는 무서운 소리같이 정옥을 위협하였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며 정옥은 망연히 앉았다. 그리고 한숨을 지으면서,

「어쩌란 말이야……나는 몰라.」

정옥은 한숨을 길게 쉬고 엽서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생각하였다.

사실 정옥은 아직 나이 어리고 더구나 인제 혼인 문제도 있는 터이라 앞길이 멀고먼 처녀다.

(내가 왜 남에게 못할 짓을 하랴. 남의 원한을 받으랴. 더구나 상관도 없는 일에 내가 죄를 입으랴.)

생각하였다. 겨우 밥을 좀 먹고 곧 아주머니와 같이 바로 떠났다. 바삐 사직골로 가서 그 자리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할멈은 그림자도 볼 수 없다. 이 모퉁이 저 모퉁이 한참 찾아보아야 할멈 같은 사람은 없다. 파출소에 물어보아도 모른다고 한다. 몇 곳 상점에서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보았다는 사람은 없다. 바람이 불어 날씨가 차기 때문에 밤도 깊지 않았는데 행인이 드물고, 여염집은 물론이요,상점 문들도 다 닫혔다. 그래서 더 물어보고 싶은 것도 못 물어보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바람만 야단스럽게 부는데 야주개 모퉁이 군밤 장수는 웅크리고 떨면서 걷어 가지고 돌아가기를 준비한다.

정옥은 집에 와 누웠으나 그날 밤은 꿈만 꾸고 졸연히 깊은 잠을 들지 못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도 선생의 말이 귀에 잘 들어 오지 않았다.

그 뒤에 두 달 석 달이 지나도록 종내 할멈을 만나지 못하고 그 비슷한 늙은이도 보지 못했다. 아무에게서도 그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밤에 자려고 눈만 감으면 할멈이 싱글싱글 이상스럽게 웃으면서,

대모야 풍잠아 너 잘 있거라
떨어지는 상투는 염낭에 넣고
……웅웅
도검불 치마는 검어서 좋고
홍당목 치마는 붉어서 좋다.

얄궂은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눈앞에 떠오고 잠만 들면 전에 안주서 자기 어머니——마님에게 대들어서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발발 떨면서 발악을 하던 흉악스러운 꼴이 자꾸만 보이고 뇌리에 달라 붙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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