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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었다.

동시에 저 편 들판 건너 숲 뒤에는 둥그렇게 무지개가 뻗쳤다. 오묘하신 하느님의 재주를 자랑하 듯이, 칠색의 영롱한 무지개가 커다랗게 숲 이 편 끝에서 저 편 끝으로 걸치었다.

소년은 마루에 걸터앉아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나절을 황홀히 그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마음 속으로 커다란 결심을 하였다.

  • '저 무지개를 가져다가 뜰 안에 갖다 놓으면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소년은 방 안에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

  • "왜?"

어머니께서는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 저 무지개를 잡으러 가겠어요, 네?"

어머니께서는 일감을 놓았다. 그리고 뚫어질듯이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네?"

  • "얘야, 무지개는 못 잡는단다. 멀리 하늘 끝 닿는 데 있어서 도저히 잡지 못한다."

"아니에요. 저 들판 건너 숲 위에 걸려 있는데......"

  • "아니다. 보기에는 그렇지만, 너의 이 어미도 오십 년 동안을 잡으려면서도 그것을 못 잡았구나."

"그래도...... 난 잡아요. 네? 내 얼른 잡아 올께."

어머니는 다시 일감을 드셨다. 그의 눈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네? 가요?"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의 유혹은 소년에게는 무엇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의품보다도, 따뜻한 가정보다도, 맛있는 국밥보다도, 무지개의 유혹만이 이 소년의 마음의 전체를 누르고 지배하였다.

네 번, 다섯 번, 소년은 어머니에게 간청하였다.

어머니께서도 마침내 이 소년의 바람이 꺾을 수 없이 강한 것임을 알았다.

  • "정 그럴 것 같으면 가 보기는 해라. 그러나 벌 건너 저 숲까지 가 보고 거기서 잡지 못하거든 꼭 돌아와야 한다."

그런 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하여 든든히 차림을 차려 주어서 떠나보냈다.

"어머니! 그럼 내 얼른 가서 잡아 올게요. 꼭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커다란 희망으로 떠나는 아들을 어머니는 눈물로서 보냈다.

소년은 걸음을 다하여 벌을 건너 갔다. 그리고 바라던 숲에까지 이르렀다.

그거 이상하다.

무지개는 벌써 그 곳에 있지 아니하였다.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더 저편으로 썩 물러가서 그대로 소년을 이끄는 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커다랗게 벌리고 있었다.

'가깝기는 가까왔다. 그러나 좀더 가야겠구나!'

소년은 또 다시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좀 몸이 피곤하였다. 동시에 마음도 피곤하여졌다. 그러나 눈앞에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를 바라볼 때에, 소년은 용기가 다시 나서 무지개를 향하여 걸었다.

얼마만큼 가서 이만하면 됐으려니 하고 눈을 들어서 보았다. 그러나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역시 같은 거리에서 그를 오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소년은 높은 뫼도 어느덧 하나 넘었다. 그러나 무지개는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 그러나 그 무지개의 찬란한 광채는 여전히 끊임 없이 소년을 오라는 듯이 유혹하였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혀 주지 않는 그 무지개는 역시 소년에게는 커다란 유혹이었다.

소년은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무지개를 향하여 또 달음박질하였다.

무지개를 잡으려는 오로지 안 조각의 붉은 마음으로 피곤도 잊고, 아픔도 잊고, 뛰어가던 소년은 어떤 산마루에까지 이르러 마침내 쓰러졌다. 이제는 한 걸음도 더 걸을 용기와 기운이 없었다.

소년은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피곤한 잠에 잠기고 말았다.

어지럽고 사나운 꿈 -- 그 가운데에서도 소년의 눈에는 끊임없이 찬란한 무지개의 광채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 무지개의 광채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끊임없이 들리었다.

많은 소년들과 소녀들이 꽃으로 온 몸을 장식하고, 손을 서로 맞잡고, 노래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 소녀의 동그라미 속에는 칠색의 영롱한 무지개가 마치 주위에 있는 소년 소녀들를 애호하듯이 커다랗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행복은
뉘것?
누릴자
누구?

소년과 소녀들의 노래는 부드럽고 아름답게 울려 온다.

얼마를 이러한 꿈에 잠겨 있던 소년은 그 꿈에서 벌떡 깨면서 눈을 떴다.

조금 아래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무지개는 역시 오 소년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이 아름다운 공채를 내어,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조금 더, 이제 한 걸음!'

소년은 후닥닥 일어섰다.

쏘는 다리, 저린 오금!

피곤으로 말미암아 소년은 하마터면 넘어질뻔 하였다. 소년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온몸에 있는 힘을 다 주었다.

눈 아래서 황홀히 빛나는 무지개는 그로 하여금 없는 힘을 다시 내게 한 것이었다.

또 다시 그는 무지개를 향하여 달음박질을 하였다.

그러나 산 중턱에 걸린 줄 알고 뛰어내려오던 소년은 중턱에서 무지개를 만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산 아래까지 그냥 내려왔지만 무지개는 역시 멀리 물러서서, 마치 소년의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빛나고 있었다.

'아! 곤하다.'

소년은 맥이 빠져 덜썩 주저앉았다.

소년은 뒤숭숭한 소리에 놀래어 깨었다. 그는 피곤함을 못이겨 어느덧 또 쓰러져서 잠이 들었던 것이었다. 깨어서 보니 그 근처에는 어느덧 많은 소년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다투고 있었다. 무엇을 다투는가 자세히 들으니, 그들은 무지개가 있는 방향이 서로 이 편이다, 저 편이다, 다투는 것이었다.

"무지개는 이편 쪽에 있다."

어떤 소년은 동쪽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였다.

"정신 없는 소리 말아라. 무지개는 저 쪽에 있다."

다른 소년은 반대했다.

"너희들은 눈이 있냐 없냐? 저 쪽에 있지 않냐? 아직껏 너희들에게 속아서 따라 왔지만 무지개는 역시 내 생각대로 저 쪽에 있다."

다른 소년은 또 다른 데를 가리켰다. 그러나 그 많은 소년들이 가리키는 곳이 한 곳도 정확한 곳이 없었다. 모두 뚱딴지 같은 곳만 가리키면서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소년은 마침내 일어났다. 그리고 점잖은 웃음으로 그들을 찾았다.

"여보세요! 당신네들도 무지개를 잡으러 떠난 분들이오?"

  • "그렇소."

"당신네의 말을 들으니까 무지개는 이 곳에 있다, 저 곳에 있다, 다투는 모양이지만 무지개는 바로 요 앞에 있지 않소?"

소년은 무지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은 소년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러나 무지개는 뵈지 않는 모양이었다. 역시 다툼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한참을 나투던 소년들의 의견은 모두 맞지 않아서 그 곳에서 제가 생각하는 곳으로 찾아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잡으러 서로 손을 나누어 떠나기로 하였다.

그것을 눈이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우리의 소년도 마침내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무지개가 있다고 믿는 곳을 향하여 또한 피곤한 다리를 옮겼다.

무지개는 역시 소년의 눈 앞 몇 걸음 밖에서 찬란히 광채를 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눈 앞에 커다랗게 보이는 무지개에 소년의 용기는 백 배나 더하여졌다.

어떤 곳에서 소년은 또다른 많은 소년의 무리를 보았다. 그들은 모두 든든한 길신가리를 차리고 있었다. 소년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말을 붙여 보았다.

"노형들은 어디로 가시오?"

  • "가는 게 아니라 갔다가 오는 길이오."

뭇 소년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들은 모두 끝 없이 피곤한 눈에는 정기가 없고 몸은 쇠약으로 말미암아 떨고 있었다.

"어디를 갔다가 오시오?"

  • "무지개를 잡으러."

"네? 그래, 잡았소?"

  • "여보, 말도 마오. 그것에 속아서 공연히 좋은 세월을 헛되이 보냈소."

"집을 떠난 것은 언제쯤이오?"

  • "모르겠우, 감감하니까......"

"그래, 인제 그만두겠오?"

  • "그만두고 말고! 눈앞에 보이는 것 같기에 그것에 속아서 이제나 저제나 하고 이제껏 왔지만..."

"인젠 무지개라는 요 앞에 있지 않소?"

  • "하하하하......"

그들은 웃었다.

"그러기에 말이오. 눈 앞에 몇 걸음 앞에 있는 것 같기에 그것에 속아서 아직껏 세월만 허송했오."

소년은 낙담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그만 돌아가 버릴까 하였다.

그러나 이상하다. 그 때에 그 무지개는 쑤욱 더 소년에게 가까오 오며, 그 광채며, 빛깔이 더욱 영롱하여져서 단념하려는 소년으로 하여금 또 다시 단념하지 못하게 하였다.

"아아, 아!"

소년은 커다른 한숨과 함께 다시 용기를 내었다.

"여보! 조금만 더 가 봅시다그려, 조금만."

소년은 그들에게 동행을 청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끝내 듣지 아니하였다.

몇 번을 권하여 본 뒤에 소년은 그들의 마음을 도저히 돌이키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과 작별한 뒤에 자기는 역시 그 찬란한 무지개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어떤 곳에서 그는 두 소년을 만났다. 그 두 소년은 무엇이 기쁜지 몹시 만족한 듯이 웃고들 있었다.

소년은 그들에게 가까이 갔다.

"여보! 말 좀 물읍시다."

  • "무슨 말이오?"

"좀 이상한 말이나 당신네들 무지개를 못 보았소?"

사실 소년은 그 때에 무지개를 잃어버렸던 것이었다.

어디로 갔나? 아직껏 눈앞에 찬란히 빛나던 그 무지개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새었는지, 홀연히 그의 눈앞에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고 만 것이었다. 소년은 눈이 벌겋게 되어 찾았다. 그리고 종내 찾지 못하여 낙담하였을 때 그의 앞에 두 소년이 나타난 것이었다.

두 소년은 빙글빙글 웃었다.

  • "무지개 말이오? 무지개는 우리가 벌써 잡았소."

소년은 낙담하였다. 그리고 남담에서 절망으로, 절망에서 비분으로, 걷잡을 새 없이 소년의 마음이 꺽어져 나갈 때, 이상도 하다. 역시 그의 앞에 역시 칠색이 찬란하게 빛나는 무지개가 문득 나타났다. 그 광채는 아직까지의 무지개보다 더 찬란하였다. 그 아직까지의 무지개보다 더 훌륭하였다.

소년의 마음은 절망에서 단숨에 희망으로 뛰어올라 갔다.

"여보! 봅시다, 봅시다."

  • "무에요?"

"노형네가 잡았다는 그 무지개를!"

두 소년은 장한 듯이 품 안에서 자기네의 자랑감을 꺼내어 소년에게 보였다.

소년은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하마터면 웃을 뻔하였다. 그것은 평범하고 변변치 않은 기왓장에 지나지 못하였다. 두 소년은 하나씩 기왓장을 얻어가지고 가지고 기뻐하는 것이었다.

"이게 무지개요? 이건 기왓장이구려."

두 소년은 각기 자기네의 보물을 다시금 살폈다. 그리고 한 소년은 부르짖었다.

  • "오, 무지개, 무지개! 나는 드디어 무지개를 잡았다. 이게 무지개가 아니고 무어란 말이오?"

그러나 한 소년은 한참 정신 없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다가 커다란 한숨과 함께 그 무지개를 높이 들었다. 절망의 부르짖음을 발하였다.

  • "아니로구나, 아니야! 이것은 무지개가 아니야! 아직껏 무지개로 믿고 기뻐하던 것은 기왓장에 지나지 못하누나."

그리고 그는 그 기왓장을 던지고 우리의 소년에게 말하였다.

  • "노형도 무지개를 잡으러 떠난 사람이오?"

"예."

우리의 소년은 대답하였다.

  • "그럼 우리 같이 갑시다. 나는 무지개를 꼭 잡고야 말겠소."

여기서 서로 뜻이 맞은 두 소년은 만족해, 한 소년을 남기고 또한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를 잡으러 길을 떠났다.

두 소년은 험한 산을 넘었다. 물결 센 물을 건넜다. 가시덤불을 헤쳤다. 자갈밭도 지났다. 그들은 오로지 무지개를 잡으려는 열정으로 온갖 난관을 참으면서 앞으로 갔다.

그들은 가는 길에 그들은 수많은 소년들을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무지개를 잡으려다 잡지 못하고 낙망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변변치 않은 기왓장을 얻어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수요를 점령한 사람들은 무지개를 잡으려다 종내 잡지 못하고 심신이 피로하여 쓰러져서 괴로운 부르짖음만 발하는 것이었다.

"아, 무지개! 그것은 마침내 사람의 손으로 잡지 못할 것인가!"

그들은 목쉰 소리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팔을 헤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낙망과 피곤의 끝에 벌써 저 세상으로 간 사람도 많이 섞여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볼 때 두 소년은 용기가 꺾여졌다. 그러나 더욱 훌륭한 무지개가 그을을 오라는 듯이 두 팔을 벌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다시금 용기를 얻은 두 소년은 무지개를 향하여 험한 길을 앞으로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어떤 험한 산골짜기까지 이르러서 동행하던 소년은 마침내 쓰러졌다.

  • "여보! 난 인제 더 못 가겠소. 무지개는 도저히 잡지 못할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소."

동행하던 소년은 이렇게 한숨을 쉬었다.

"여보! 정신을 차려요. 여기까지 와서 이제 넘어진다니 웬 말이요?"

소년은 동행하던 친구를 흔들었다. 그러나 친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은 다시 흔들었다.

"여보! 정신을 차려요."

아, 그러나 그 때는 벌써 동행하던 소년은 차디찬 몸으로 변하여 버렸다.

소년은 거기서 통곡을 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그런 야망이 흔들거렸다. 무지개는 도저히 잡지 못할 것인가 하는 의심이 일어났다.

그러나 --- 그러나 그 때에 그의 눈앞에 다시금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가 마치 그의 마음 약한 것을 비웃 듯이 커다랗게 웃고 있었다.

위태스러운 산길, 험한 골짜기, 가파로운 뫼며, 깊은 물, 온갖 고난은 또한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더욱 희망과 용기를 내어 무지개로 무지개로 가까이 갔다.

그러나, 얼마를 더 간 뒤에 소년도 마침내 인제 한 걸음도 더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무지개는 도저히 잡지 못할 것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는 몸을 커다랗게 땅에 내어 던졌다. 그리고 드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아, 무지개란 기어이 사람의 손으로 잡지 못할 것인가?"

아직껏 그와 같은 길을 걸은 수많은 소년들의 부르짖는 그 부르짖음을 이 소년은 여기서 또한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그 야망을 마침내 단념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 때에는 이상하다. 아직껏 검었던 머리는 갑자기 하얗게 되고, 그의 얼굴에는 전면에 수없이 주름살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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