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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대는 20대 우리는 40대
부자 이대 서로 나란히 서서 전장에 내닫세
다만 오늘은 그대 선진(先陣)되고 내일날 우리 뒤따르리
안 나서면 무얼 하나
못 쳐서 오륙십 살면 무얼하나
차라리 한두 해도 번듯하게 살아버리지.

번듯하게 사는 길이란-
제 목숨 나라에 바쳐, 나라가 그 생사 맡아주심일레
그러면 살 제는 후하게 따뜻하게 뜻같게 하여주시고
죽을 젠 그 자리 거룩하고 높게 꾸며주시네
지금, 조국은 전쟁하는 때
살고 죽고를 더욱더 군국(君國)에 바칠 때일세

이인석 군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도 병(兵)되어 생사를 나라에 바치지 않았던들
지금쯤 충청도 두메의 이름없는 농군이 되어
베옷에 조밥에 한평생 묻혀 지내었겠지
웬걸 지사, 군수가 그 무덤에 절하겠나
웬걸, 폐백과 훈장이 그 제상에 내렸겠나.

2

그대 안 나가면 어떻게 되나-
변호사를 하겠지, 교사나 중역이 되겠지
그러나 한편 남대문과 종로에 폭탄이 떨어지고
그대의 처자는 미영병(米英兵)에 모욕을 당하면 어떻게 하리
이 일은 파리 대학생과 이태리 학도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조국을 나아가 막지 않는 자엔 천벌이 내리느니라'

또 그대가 안 나가고 이불을 쓰고 드러누울 수는 있겠나,
명춘(明春)엔 동생되는 중학생 수만이 징병으로 나서고
보국대로 좌우친화(左右親和)가 괭이 들고 자꾸 나서고
소년들까지 징용공으로 공장에 나갈 적에
양심 있고 의리 있는 그대, 나가지 말란들 그리 될까
어서 하루 급히 나서라, 벗이여, 학우여!

오오, 조선 동포의 대표여 꽃이여
오오, 제국의 수재여, 빛(光)이여
오오, 폐하의 고굉(股肱)이여, 나라의 기둥인 그대여
부명(父命)을 받들고 어서 나서라!
군명(君命)을 받들고 어서 나서라!
때는 급하느니, 천명을 받들고 어서어서 나서시라.
-특별지원병에게 보내는 한 시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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