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생물 시간이었다.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생이 두 번씩 거푸 물어도 손 드는 학생이 없더니 별안간 “넷!”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 좋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음, 창남인가. 어데 말해 보아.”

“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

“예에끼!”

하고 선생은 소리 질렀다.

온 반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도덕 시간이었다.

“성냥 한 개피의 불을 잘못하야 한 동리 삼십여 집이 불에 타 버렸으니 단 성냥 한 개의 성냥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써야 되는 것이니라.”

하고 열심히 설명해 준 선생님이 채 교실 문 밖에도 나아가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고 모이어 큰 홍수가 난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나니라.”

하고 크게 소리친 학생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듣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돌아서서,

“그게 누구냐? 아마 창남이가 또 그랬지?”

하고 억지로 눈을 크게 떴다. 모든 학생들은 킬킬거리고 웃다가 조용해졌다.

“네, 선생님 안 계신 줄 알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담엔 안 그러지요.”

병정같이 우뚝 일어서서 말한 것은 창남이었다.

억지로 골낸 얼굴을 지은 선생님은 기어코 다시 웃고 말았다. 그래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아하하하.”

학생들은 일시에 손뼉들을 치면서 웃어대었다.

○○ 고등 보통 학교 1학년의 2반 창남이는 반 중에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었다.

이름이 창남이요 성이 한가인 고로 ‘안창남’ 씨와 같다고 학생들은 모두 그를 보고 “비행사, 비행사.” 하고 부르는데 사실상 그는 비행사같이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질을 가진 좋은 소년이었다.

모자가 다 해어져도 새 것을 사 쓰지 않고 양복 바지가 해어져서 궁둥이에 조각조각을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이라도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없었다.

남이 걱정이 있어 얼굴을 찡그릴 때에는 우스운 말을 잘 지어 내고 동무들이 곤란한 일이 있는 때에는 좋은 의견도 잘 꺼내는 고로 비행사의 이름은 더욱 높아졌다.

연설을 잘 하고 토론을 잘 하는 고로 1반하고 내기를 할 때에는 언제든지 창남이 혼자 나아가 이기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이 정말 가난한지 넉넉한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또 그의 집이 어데인지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그 가는 쪽으로 가는 학생이 없었고 가끔 그 뒤를 쫓아가 보려고도 하였으나 모두 중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왜 그런고 하니 그는 날마다 이십 리 밖에서 학교를 다니는 까닭이었다.

그는 다른 우스운 말은 가끔가끔 하여도 자기 집안일이나 자기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것을 보면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그는 입과 같이 궁둥이가 무거워서 운동틀(철봉)에서는 잘 넘어가지 못하여 늘 체육 선생께 흉을 잡혔다.

하학한 후에 학생들이 다 돌아간 후에도 혼자 남아 있어서 운동틀에 매어 달려 땀을 흘리면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동무들은 가끔 보았다.

“얘, 비행사가 하학한 후에 혼자 남아서 철봉 연습을 하고 있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자 애를 쓰더라.”

“그래 인제는 좀 넘어가데?”

“웬걸, 한 이백 번이나 넘어 연습을 하면서 그래도 혼자 못 넘어가더라.”

“그래 맨 나중에는 자기가 자기 손으로 그 누덕누덕 기운 궁둥이를 자꾸 때리면서 ‘궁둥이가 무거워, 궁둥이가 무거.’ 하면서 가더라!”

“자기가 자기 궁둥이를 때려?”

“그러게 괴짜지.”

“아하하하하하하.”

모두 웃었다.

어느 모로든지 창남이는 반 중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몸이었다.

2

겨울도 겨울,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혹혹 부는 이른 아침에 상학종은 치고 공부는 시작되었는데 한 번도 결석한 일이 없는 창남이가 이 날은 오지 않았다.

“호외일세, 호외야! 비행사가 결석을 하다니.”

“엊저녁 그 무서운 바람에 어데로 날러간 게지.”

“아마 병이 났나 부다. 감기가 든 게지.”

“이놈아, 능청스럽게 아는 체 말어라.”

1학년 2반은 창남이 소문으로 소근소근 야단들이었다.

첫째 시간이 반이나 넘어 지났을 때에 교실 문이 덜컥 열리고 창남이가 얼굴이 새빨개 가지고 들어섰다.

학생과 선생은 반가워하면서 웃었다. 그러고 그들은 창남이가 신고 서 있는 구두를 보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오른편 구두는 헝겊으로 싸매고 또 새끼로 감아 매고 또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매고 하여 퉁퉁하기 짝이 없었다.

“창남아, 오늘은 웬일로 늦었느냐?”

“네.”

하고 창남이는 그 괴상한 퉁퉁한 구두 신은 발을 번쩍 들고,

“오다가 길에서 구두가 다 떨어져 너털거리는 고로 새끼를 얻어서 고쳐 신었더니 또 너털거리고 또 너털거리고 해서 여섯 번이나 제 손으로 고쳐 신고 오느라고 늦어졌습니다.”

그러고도 창남이는 태평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쉬는 동안에 창남이는 그 구두를 벗어 들고 다 해어져서 너털거리는 주둥이를 손수건과 대님짝으로 얌전스럽게 싸매어 신었다. 그러고도 태평이었다.

따뜻한 날도 귀찮아하는 체육시간이 이렇게 살이 터지게 추운 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추운 날 체육을 한담.”

“또 그 무섭고 딱딱한 선생이 웃통을 벗으라 하겠지…… 아이그, 아찔이야.”

하고 싫어하는 체육 시간이 되었다.

원래 군인 다니던 성질이라 뚝뚝하고 용서성 없는 체육 선생이 호령을 하다가 그 괴상스런 창남이의 구두를 보았다.

“한창남! 그 구두를 신고도 활동할 수 있니? 뻔뻔하게.”

“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하고 창남이는 시키지도 않는 뜀도 뛰어 보이고, 달음박질도 하여 보이고 제자리걸음도 부지런히 해 보였다.

체육 선생도 어이가 없던지,

“음! 상당히 치료해 신었군!”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호령을 계속하였다.

“전열만 삼 보 앞으로옷!”

“전후열 모두 웃옷 벗엇!”

3

죽기보다 싫어도 체육 선생의 명령인지라 온 반 학생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고 샤쓰만 입은 채로 서 있고 선생까지 벗었는데 다만 한 사람 창남이가 벗지를 않고 있었다.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니?”

창남이의 얼굴은 폭 수그러지면서 빨개졌다. 그가 이러기는 참말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멈츳멈츳하다가 고개를 들고,

“선생님, 만년 샤쓰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 샤쓰? 만년 샤쓰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성난 체육 선생은 당장에 후려 갈길 듯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벗어랏!”

호령하였다.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그는 샤쓰도 적삼도 아무것도 안 입은 벌거숭이 맨몸이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고 학생들은 깔깔 웃었다.

“한창남! 왜 샤쓰를 안 입었니?”

“없어서 못 입었습니다.”

그 때 선생의 무섭던 눈에 눈물이 돌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웃음도 갑자기 없어졌다. 가난! 고생! 아아, 창남이 집은 그렇게 몹시 구차하였던가..... 모두 생각하였다.

“창남아, 정말 샤쓰가 없니?”

눈물을 씻고 다정히 묻는 소리에,

“오늘하고 내일만 없습니다. 모레는 인천서 형님이 올라와서 사 줍니다.”

“음! 그럼 웃옷을 다시 입어라!”

체육 선생은 다시 물러서서 큰 소리로,

“한창남은 오늘은 웃옷을 입고 해도 용서한다. 그러고 학생 제군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으니 제군은 다 한창남 군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누구든지 샤쓰가 없으면 추운 것은 둘째요, 첫째 부끄러워서 결석이 되더라도 학교에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같이 제일 추운 말 한창남 군은 샤쓰 없이 맨몸, 으응, 즉 그 만년 샤쓰로 학교에 왔단 말이다. 여기 섰는 제군 중에는 샤쓰를 둘씩 포개 잆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재킷까지 외투까지 입고 온 사람이 있지 않은가……. 물론 맨몸으로 오는 것이 예의는 아니야. 그러나 그 용기, 의기가 좋단 말이다. 한창남 군의 의기는 일등이다. 제군도 다 그 의기를 배우란 말야.”

만년 샤쓰! 비행사란 말도 없어지고 그 날부터 만년 샤쓰라는 말이 온 학교 안에 퍼져서 만년 샤쓰라고만 부르게 되었다.

4

그 다음 날은 만년 샤쓰 창남이가 늦게 오지 않았건마는 그가 교문 근처에까지 오자마자 온 학교 학생이 허리가 부러지게 웃기 시작하였다.

창남이가 오늘은 양복 웃저고리에 바지는 어쨌는지 얄따랗고 해어져 뚫어진 조선 겹바지를 입고 버선도 안 신고 맨발에 짚신을 끌고 뚜벅뚜벅 걸어온 까닭이었다.

맨가슴에 양복 저고리. 위는 양복 저고리 아래는 조선 바지(그나마 다 뚫어진 겹바지) 맨발에 짚신, 그 꼴을 하고 이십 리 길을 걸어왔으니 행길에서는 오죽 웃었으랴. 그러나 당자는 태평이었다.

“고아원 학생 같으니, 고아원야.”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아이 같구나.”

하고들 떠드는 학생들 틈을 헤치고 체육 선생이,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다가 창남이의 그 꼴을 보고 놀랐다.

“너는 양복 바지를 어찌했니?”

“없어서 못 입고 왔습니다.”

“어째 그렇게 없어지느냐? 날마다 한 가지씩 없어진단 말이냐?”

“네! 그렇게 하나씩 둘씩 없어집니다.”

“어째서?”

“네…….”

하고 창남이는 침을 삼키고서.

“그저께 저녁이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저희 집 동리에 큰 불이 나서 저희 집도 반이나 넘어 탔어요. 그래서 모두 없어졌습니다.”

듣기에 하도 딱해서 모두 혀끝을 찼다.

“그렇지만 양복 바지는 어저께도 입고 있지 않었니? 불은 그저께 나고…….”

“네, 저희 집은 반만이라도 타다가 남어서 세간도 더러 건졌지만 이웃집이 십여 호나 모두 타 버린 고로 동리가 야단들이야요. 저는 어머니하고 단 두 식구만 있는데 집은 반이라도 남았으니까 먹고 잘 것은 넉넉해요. 그런데 동리 사람들이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게 되야서 야단이야요. 그래 저희 어머니께서는 ‘우리들은 먹고 잘 수가 있으니까 벌거벗는 것만 면하면 살 수가 있으니 두 식구가 당장에 입을 것 한 벌씩만 남기고는 모두 길거리에 떨고 있는 동리 사람들게 나눠 드려라.’ 하시는 고로 어머니 옷, 제 옷을 모두 동리 어른들게 드렸답니다. 그러구 양복 바지는 주지 않고 제가 입고 있었는데 저희 집 옆에서 숯 장사하던 영감님이 병든 노인인 고로 하도 춥다 하니까 보기에 딱해서 어제 저녁에 마저 벗어 주고 저는 가을에 입던 해진 겹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죽은 듯이 고요하고, 고개들이 말없이 수그러졌다. 선생님도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너는 네가 입을 샤쓰까지 버선까지 다 벗어 주었단 말이냐?”

“아니오. 버선과 샤쓰뿐만은 한 벌씩 남겼는데 저희 어머니가, 입었던 옷은 모두 남에게 주어 놓고 앉어서 추워서 발발 떠시는 고로 제가 ‘어머니, 저의 샤쓰라도 입으실까요?’ 하니까, ‘네 샤쓰도 모두 남 주었는데 웬 것이 두 벌씩 남어 있겠니?’ 하는 고로 저는 제가 입고 있는 것 한 벌뿐이면서도 ‘네, 두 벌 남었으니 하나는 어머니 입으시지요.’ 하고 입고 있던 것을 어저께 아침에 벗어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먼길에 학교 가기 추울 터인데 둘을 포개 입을 것을 그랬구나.’ 하시면서 받아 입으셨어요. 그러고 하도 발이 시려 하시면서 ‘이 애야 창남아, 너 버선도 두 켤레가 있느냐?’ 하시기에 신고 있는 것 한 켤레뿐이건마는 ‘네, 두 켤레올시다. 하나는 어머니 신으시지요.’ 하고 거짓말을 하고, 신었던 것을 어제 저녁에 벗어 드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나쁜 일인 줄은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나올 때에 ‘이 애야, 오늘같이 추운 날 샤쓰를 하나만 입어서 춥겠구나. 버선을 잘 신고 가거라.’ 하시기에 맨몸 맨발이면서도 ‘네, 샤쓰도 잘 입고 버선도 잘 신었으니까 춥지는 않습니다.’ 하고 속이고 나왔어요.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하고 창남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네가 거짓말을 하드래도 어머니께서는 너의 벌거벗은 가슴과 버선 없이 맨발로 짚신 신은 것을 보시고 아실 것이 아니냐?”

“아아, 선생님…….”

하는 창남이의 소리는 우는 소리같이 떨렸다. 그러고 그의 수그린 얼굴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그의 짚신 코에 떨어졌다.

“저희,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지를 못하고 사신답니다.”

체육 선생의 얼굴에도 굵다란 눈물이 흘렀다. 와글와글하던 그 많은 학생들이 자는 것같이 고요하고 훌적훌적 훌적거리며 우는 소리만 여기서 저기서 조용히 들렸다.

반응형

'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효석 - 메밀꽃 필 무렵[무료소설]  (1) 2012.02.01
전영택 - 말없는 사람[무료소설]  (0) 2012.02.01
이효석 - 들[무료소설]  (0) 2012.02.01
이효석 - 돼지[무료소설]  (2) 2012.02.01
이상 - 동해[무료소설]  (0) 2012.02.01
반응형

1925년에 《조선문단(朝鮮文壇)》 제6호에 발표

별로이 처녀작이라 할 만한 것을 낸 것은 없습니다마는 어렸을 때, 내가 지은 글이 처음 활자로 인쇄되어 지상에 발표되었을 때, 끝이 없이 기뻤던 기억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히 열아홉 살 때였습니다. 그 때까지 집에서 한학 공부를 한다고 노(老)선생 한 분을 모시고 집에서 한서(漢書)를 읽을 때인데 우연한 기회로 최남선(崔南善) 씨의 《청춘(靑春)》잡지를 보고 흥미가 끌리어 ㅈㅎ이라는 익명으로 작문을 투서해 놓고는 마음이 퍽 조이었습니다. 신문에 광고 나기를 고대 고대하다 못하여 신문관(新聞館)으로 전화를 걸면 으레 당국에서 허가가 나오지 않았으니 더 기다리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신문지에서 광고를 보면 책이 우편으로 오기를 기다릴 사이 없이 뛰어나가서 종로 거리의 책점에 가서 학교에서 성적 발표를 기다리던 때나 조금도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맨 먼저 독자 문예난을 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거기에 자기 익명을 발견하였을 때, 무슨 기술(奇術)이나 본 것처럼 몹시 신기해 하면서 선 채로 내리 읽었습니다. 읽고는,

“내가 그 때 정말 이렇게 써 보냈던가?”

싶어하면서 집에도 책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기쁜 마음에 돈 주고 사 가지고 와서는 읽은 것을 또 읽고 또 읽고 하여 그 글자 한 자, 한 자가 무섭게 강한 친밀성(親密性)을 가지고 머리에 스며들어 덮고도 어느 쪽에 제목과 성명이 어떻게 씌어 있는 것까지를 눈에 번하게 보게 되기까지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글을 반복해 읽을 뿐 아니라 그 책에 내 글과 함께 실려 있는 여러 사람의 글을 모두 정다운 친우의 편지 읽듯 몇 번씩 반복해 읽으면서 그 미지의 벗들을 만나 사귀었으면……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퍽 마음이 어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떄에 지상으로 성명을 익히고 편지로 사귄 사람으로 지금까지 사귀어 온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이 외에 더 길게 말씀할 것은 없으나 내 손으로 학생 문예를 모아 소잡지(小雜誌) 《신청년(新靑年)》을 처음 간행하던 때와 그 후, 여러 해 뒤에 늘 뜻하던 《어린이》를 처음 간행할 때에도 그에 지지 않는 기쁨을 느끼어 세 번째 기뻤던 기억이 다 같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또 앞으로도 용이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4년 《신여성》 6월호에 발표.

 더운 날 오후의 구름 보는 재미.
 아침에 없던 구름이 오후만 되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게 날마다 모여든다.
 회색빛 음산한 구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싸늘한 비늘구름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하이얀 솜을 펴논 것보다도 더 희고 더 부드럽고……, 그리고, 그 둥글고 깊고 그윽한 뭉게구름이 하얀 노인처럼 유한하게 떠 있는 것이다.
 ‘여름 구름은 봉우리가 많다.’
고 한 옛날 사람의 말대로 그렇게 희고 부드러운 구름에는 산봉우리보다도 더 첩첩하게 봉우리가 많다. 그러나, 결코 산봉우리처럼 그냥 많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한없는 변화를 부리고 있는 것이 여름의 뭉게구름이다.
 불볕이 내리쬐는 넓은 마당 그 한 끝에 서 있는 높은 버드나무의 머리 위로 멀리 보이는 한 뭉치의 뭉게구름.
 첩첩이 일어난 봉우리와 봉우리 속으로 휘몰아 들어가보았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옛날 얘기 듣던 신선들의 잔치가 벌어져 있을 듯도 싶다.
 부채 든 손을 쉬고 무심히 앉아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하얀 봉우리 위에서 선녀들이 춤을 추는 모양이 눈에 보이는 듯한 때도 있다.
 그러나, 한참이나 보고 있는 동안에는 어느 틈에 구름의 형상이 변해 버린다.
 높다랗게 우뚝 솟은 봉우리가 어느 틈에 슬그머니 가로 퍼져 가지고 옆에 있더너 구름과 아무 말없이 합쳐 버리고 만다. 그러면 구름 한편 쪽에는 옅은 보랏빛으로 보드라운 그늘이 지어진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도 나무 끝은 한들한들 조용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그 뒤로 보이는 뭉게구름은 까딱도 하지 않는다. 어니 때까지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구름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할 수 없이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구름은 만나면 합치고, 합치고는 새로운 봉우리를 짓는다.
 그런가 하고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보드랍던 보랏빛 그늘이 검은 그늘로 변해 가지고 햇볕을 가리면서 주먹같은 물방울을 내리 쏟는다. 모래를 내리 쏟는 듯한 형세로 발마이 나게 내리 쏟는다.
 “으아아.”
 “소낙비다.”
하고 소리를 치면서 맥고 모자를 벗어 들고 양복쟁이가 뛴다. 미인이 뛴다.
 학생이 뛴다. 순사가 칼을 붙잡고 뛴다. 길가의 처마 밑마다 길 가던 사람이 쭉 늘어서 있다. 그 길로 인력거가 위세 좋게 달아난다.
 낮잠 자던 부인이 놀라 깨어 일어나서 황망히 장독의 뚜껑을 덮고 빨래를 걷고 나니까 뚝뚝 소낙비는 그치고 햇볕이 반짝 난다.
 “잘도 속이네.”
하고 부인은 빨래를 다시 넌다. 처마 밑에 늘어섰던 사람이 모두 헤어져서 걸어간다.
 타던 기와 지붕과 가까운 산들이 세수를 하고 난 것처럼 깨끗하고 산뜻해지고 더 한층 선명하게 햇볕이 비친다. 빙수보다도 더 달고 서늘한 여름 낮의 한 줄기 양미(시원한 맛)! 이것도 잊지 못할 뭉게구름의 비밀의 하나다.
 소낙비가 지나간 후는 저녁때 가까운 때다. 소나기 장난에 시치미를 떼이는 뭉게구름이 높이로보다는 옆으로 길어져 가지고 무슨 회의나 잔치에 참례하는 것처럼 약속한 듯이 한쪽으로만 모두들 쏠리어 간다.
 그러면 여름의 하루가 무사히 저물고 서늘한 저녁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불볕밖에 아무것도 없는 듯싶은 더운 날, 뭉게구름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여름의 좋은 흥취의 한 가지다.

반응형
반응형

1926년 10월 《어린이》 4권 9호에 발표.

그다지 오래 되지도 않은 옛날, 한 시골에 몹시 욕심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암만 쓰고도 그래도 남을 돈과, 혼자는 주체를 못할 만큼 땅을 많이 가지고 있었건만, 원래 욕심이 사나운 사람이라, 땅만 보면 자기 땅을 만들고 싶어하고, 돈만 생기면 땅을 사고 사고 하였습니다.

그래 땅을 늘려 가는 데만 재미를 붙이고 살므로, 땅을 더 사기 위하여는 음식도 잘 안 먹고, 옷 한 벌도 깨끗하게 못해 입을 뿐 아니라, 이웃 사람에게도 아무리 인정 없는 짓이라도 기탄 없이 하는 성질이었습니다.

남에게 돈을 취해 주고는, 그 세 곱절 네 곱절의 땅을 빼앗아 버리고, 땅도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밥짓는 솥과 들어 있는 집을 빼앗아서, 그 걸로 더 땅을 장만하고 하여, 굉장히 많은 땅을 가졌건만, 그래도 그의 욕심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그 시골 영주(領主)가 그 소문을 듣고, 욕심쟁이를 불러 이르되,

“그대가 그렇게 땅을 많이 가지기가 소원이라니, 내일 아침 해가 솟을 때 말을 달리기 시작하여, 꼭 해가 질 때까지, 얼마를 돌던지 둥글게 휘돌아 오면, 그 돌아온 만큼, 십 리 둘레를 돌았으면 십 리 안의 땅을 모두 주고, 백 리 둘레를 돌았으면 백 리 둘레 안 땅을 모두 그대에게 줄 것이니, 어떠한가?”

하였습니다.

욕심쟁이는 이것이 꿈이나 아닌가 하고 기뻐하면서, 몇 번이나 대답을 되짚어 해 놓고, 이튿날 해뜨기 전에 좋은 말 한 필을 골라 타고, 해가 솟기를 기다렸습니다.

동편 산머리에 해가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욕심쟁이는 말을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히 달려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돌아야 땅을 많이 얻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욕심쟁이는 말이 숨 쉴 새도 없이 채찍질을 하면서, 발 뒤꿈치로 말의 뒷다리를 자꾸 차면서, 멀리 멀리 달렸습니다.

그러니, 단 두 시간이 못 되어 말은 죽을 지경으로 헐떡거리고, 사람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욕심쟁이는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히 뛰어, 조금이라도 더 땅을 얻을 욕심에, 자꾸 자꾸 말 다리를 차면서,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달려 뛰었습니다.

점심때가 되니 점심을 먹일까, 말이 헐떡거리니 잠시라도 쉬기나 할까, 그냥 그대로 달리어 해 질 때가 가까이 되니까, 참말 굉장히 멀리 돌아서, 그 시골 땅이란 땅이 모두 그 안에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이 시골 땅을 모두 주게 생겼는걸…….”

하고, 영주와 모든 사람들은 놀랬습니다. 그러나, 산머리에 해가 돌아가려고 할 때, 간신히 떠나던 자리에까지 달려 돌아온 욕심쟁이와 말은, 그만 땅에 폭 고꾸라졌습니다.

돌기는 굉장히 넓게 멀리 돌았지마는, 너무도 심한 노력에 그만 거꾸러져서,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땅 많은 부자 욕심쟁이는 자기가 구박하던 동네 사람들의 정성에 안기어, 동네 뒤 조그만 산턱에 따뜻히 묻히었습니다.

보니까, 그가 영구히 드러누운 무덤은 겨우 세 평도 못되었습니다. 그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세 평만 하면 넉넉하고도 남을 것을, 공연히 그렇게 애를 쓰고 죽었구나…….”

반응형
반응형

1929년 3월《어린이》 7권 3호에 발표.

환갑, 진갑 다 지나서 허리가 꼬부라진 꼬부랑 할머니가 꼬불꼬불 꼬부라진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올라갔습니다. 고개를 넘어가다가 똥이 마려우니까 다 쓰러져서 꼬부라진 꼬부랑 뒷간으로 기어 들어가서 똥을 누는데 꼬부랑 똥을 눕니다.

무엇? 꼬부랑 똥이 어디 있느냐고? 할머니의 허리가 꼬부라졌으니까 똥도 꼬부라져서 꼬부랑 똥이 나오지…… 재미있지 않아요?

그래 꼬부랑 고개 위에 꼬부랑 뒷간에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똥을 누는데 그 때 마침 허리가 꼬부라진 꼬부랑 강아지가 뒷간 밑으로 들어와서 꼬부랑 똥을 먹습니다.

그러니까 꼬부랑 할머니가 그것을 보고 더러워서 꼬부랑 지팡이를 집어 들고 꼬부랑 강아지의 꼬부랑 허리를 ‘딱’ 때렸지요.

그러니까 꼬부랑 강아지가 꼬부랑 뒷간에서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똥을 먹다가 꼬부랑 지팡이에 꼬부랑 허리를 얻어맞고 ‘꼬부랑 깽깽’ ‘꼬부랑 깽깽’ 하면서 달아났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6년 《어린이》 신년호에 발표.

 옛날 호랑이 담배 먹을 적 일입니다.
 지혜 많은 나무꾼 한 사람이 깊은 산 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길도 없는 나무 숲속에서 크디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며칠이나 주린 듯싶은 무서운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그 큰 입을 벌리고 오는 것과 딱 맞닥뜨렸습니다.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있겠습니까, 달아난다 한들 뛸 수가 있겠습니까. 꼼짝달싹을 못하고, 고스란히 잡혀먹히게 되었습니다..
 악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기절해 쓰러질 판인데, 이 나무꾼이 원래 지혜가 많고 능청스런 사람이라, 얼른 지게를 진 채 엎드려 절[拜禮]을 한 번 공손히 하고,
 “에구, 형님! 인제야 만나 뵙습니다그려.”
하고, 손이라도 쥘 듯이 가깝게 다가갔습니다. 호랑이도 형님이란 소리에 어이가 없었는지,
 “이놈아, 사람 놈이 나를 보고 형님이라니, 형님은 무슨 형님이냐?”
합니다.
 나무꾼은 시치미를 딱 떼고 능청스럽게,
 “우리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너의 형이 어렸을 때 산에 갔다가 길을 잃어 이내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는데, 죽은 셈치고 있었더니, 그 후로 가끔가끔 꿈을 꿀 때마다 그 형이 호랑이가 되어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울고 있는 것을 본즉, 분명히 너의 형이 산 속에서 호랑이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모양이니, 네가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거든 형님이라 부르고 자세한 이야기를 하라고 하시었는데, 이제 당신을 뵈오니 꼭 우리 형님 같아서 그럽니다. 그래, 그 동안 이 산 속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습니까?”
하고 눈물까지 글썽글썽해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호랑이도 가만히 생각하니, 자기가 누구의 아들인지도 그것도 모르겠거니와, 낳기도 어디서 낳았는지 어릴 때 일도 도무지 모르겠으므로, 그 사람 말같이 자기가 나무꾼의 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어머니를 그렇게 오래 뵙지 못하고 혼자 산 속에서 쓸쓸히 지내온 일이 슬프게 생각되어서,
 “아이고, 얘야, 그래 어머니께선 지금도 안녕히 계시냐?”
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예, 안녕하시기야 하지만, 날마다 형님 생각을 하고 울고만 계십니다.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어서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뵙시다.”
하고, 나무꾼이 조르니까,
 “얘야, 내 마음은 지금 단숨에라도 뛰어가서 어머님을 뵙고, 그 동안 불효한 죄를 빌고 싶다만, 내가 이렇게 호랑이 탈을 쓰고서야 어떻게 갈 수가 있겠느냐……. 내가 가서 뵙지는 못하나마,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나 한 마리씩 갖다 줄 터이니, 네가 내 대신 어머님 봉양이나 잘 해 드려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무꾼은 죽을 것을 면해 가지고 돌아와 있었더니 호랑이는 정말로 한 달에 두 번씩, 곡 초하루와 보름날 밤에 뒤꼍 울타리 안에 돼지를 한 마리씩 놓고는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무꾼은 그것이 밤 사이에 호랑이가 어머님 봉양하느라고 잡아다 두고 가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 해 여름이 지나고 또 가을이 지나고 또 겨울이 지날 때까지, 꼭 한 달에 두 번씩 으레 돼지를 잡아다 두고 가더니, 그 후 정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후로는 영영 초하루와 보름이 되어도 돼지도 갖다 놓지 않고, 만날 수도 없고, 아무 소식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 웬일인가 하고 궁금하게 지내다가, 하루는 산에 갔다가 조그만 호랑이 세 마리를 만났는데, 겁도 안 내고 가만히 보니까, 그 꼬랑지에 베[布] 헝겊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하도 이상에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니까, 그 작은 호랑이는 아주 친하게,
 “그런 게 아니라오. 우리 할머니는 호랑이가 아니고 사람인데, 그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우리 아버지가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를 잡아다 드리고 왔는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날부터 우리 아버지는 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먹을 것을 잡아오지도 않고, 굴 속에만 꼭 들어앉아서 음식도 안 먹고,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면서 울고만 계시다가 그만 병이 나서 돌아가셨답니다. 그래 우리들이 흰 댕기를 드렸답니다.”
하였습니다.
 아무리 한 때의 거짓 꾀로 호랑이를 보고 형님이라고 하였던 일이라도, 그 말 한마디로 말미암아 호랑이가 그다지도 의리를 지키고, 효성을 다한 일에 감복하여, 나무꾼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6년 10월 어린이》 4권 10호에 발표.

시골쥐가 서울 구경을 올라 왔습니다. 처음 길이라 허둥허둥하면서, 짐차를 두 번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간신히 서울까지 왔습니다. 직행차를 타면 빨리 온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래도 짐차를 타야 먹을 것도 많고 사람의 눈에 들킬 염려도 적으므로, 짐차를 타고 온 것이었습니다.

기차가 한강 철교를 건널 때에는 어떻게 무서운 소리가 크게 나는지, 어지러워서 내려다보지도 왔지마는, 서울까지 다 왔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기쁜 것 같고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가슴이 울렁울렁하였습니다.

남대문 정거장에 내려서, 자아 인제 어디로 가야 되나 하고 망설거리고 섰노라니까,

“여보, 여보!”

하고,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니까, 이름은 몰라도 역시 자기와 같은 쥐이므로 할아버지나 만난 것처럼 기뻐서,

“처음 뵙습니다만, 길을 좀 알려 주십시오. 시골서 처음 와 놓아서 그럽니다.”

하고, 애걸하듯이 물었습니다.

“글쎄, 처음부터 당신이 시골서 처음 온 양반인 줄 짐작했습니다. 서울 구경하러 올라오셨구려?”

“네에, 죽기 전에 한번 서울 구경좀 해 보려고, 그래 벼르고 별러서, 인제 간신히 오기는 왔지만, 와 보니 하도 어마어마하여 어디가 남쪽인지 어디가 북쪽인지 분간 못하겠습니다그려……. 우선 여관을 정해야겠는데 어느 여관이 좋은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첫째 그놈의 고양이 없는 여관이라야 안 합니까……?”

“그럼, 여관으로 갈 것 없이 나하고 우리 집으로 갑시다그려. 그럼 돈도 들 염려없고, 고양이도 감히 오지 못하는 집이니까요. 뺑 돌아가면서 쇠로 된 양옥집이니까요.”

“예? 양옥집이어요? 훌륭한 집에 계십니다그려. 서울왔다가 양옥집 구경도 할 겸 그럼 댁에 가서 폐를 끼칠까요.”

“폐가 무슨 폐예요. 자아, 나를 따라오셔요. 까닥하면 길을 잃어버립니다.”

시골 쥐는 이제야 마음을 놓고, 서울 쥐의 뒤를 따라섰습니다.

“저기, 소리를 뿌우뿡 지르면서 달아나는 것이 저것이 자동차라는 것이랍니다. 다리 부러진 사람이나, 앉은뱅이나, 그렇지 않으면 중병 든 사람이나, 타고 다니는 것이지요. 저기 잉잉 울면서 집채만한 것이 달아나는 것은 전차라는 것입니다. 늙은이나 어린애나 아이 밴 여자들이 타고 다니는 것이지요. 돈 오전만 내면 거진 십 리나 되는 데까지 태워다 주는 거예요. 우리도 저것을 타고 갔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타면 곧 밟힐 테니까, 그래서 못 타지요”

“아이고, 구경삼아 걸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디 불이 났습니까, 난리가 났습니까? 왜 사람들이 저렇게 황급히 뛰어갑니까?”

“불은 무슨 불이어요. 서울 사람들은 으레 걸음걸이가 그렇지요. 서울서 사는 사람이 그렇게 시골처럼 담배나 피워 물고, 한가히 지내서야 살 수 있겠습니까? 굶어 죽지요. 저렇게 바쁘게 굴어도 그래도 돈벌이를 못하는 때가 많으니까요. 그러고 우선 전차, 마차, 자동차, 자전거가 저렇게 총알같이 왔다갔다하는데, 시골서처럼 한가히 굴다가는, 당장에 치어 죽을 것이 아닙니까?”

“딴은 그렇겠는걸요. 구경만 하기에도 눈이 핑핑 도는 것 같은 걸요.”

“자아, 저것이 남대문입니다.”

“아이고, 참 굉장히 큰걸요.”

“저 문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넓은지, 우리들에게는 연병장 벌판만 하여 좋지만, 먹을 것이 없어요. 그래 텅 비었지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면서 서울 쥐를 따라 한참이나 갔습니다.

“자아, 다 왔습니다. 저기 새빨간 양옥집이 보이지 않습니까? 저 집이야요.”

보니까, 참말 새빨간 칠을 한 우뚝한 높은 집이 높다랗게 서 있었습니다.

“참 훌륭한 댁입니다그려. 아주 새빨갛습니다그려. 저 위에 노랗게 달린 것은 들창인가요?”

“네, 그것이 들창으로도 쓰고, 드나드는 대문으로도 쓰는 것입니다. 저렇게 높고 좁은 문으로 드나드니까, 고양이가 올 염려는 조금도 없습니다.”

“딴은요! 그렇겠는걸요.”

“자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속히 기어 올라오십시오. 내가 먼저 기어 올라갈 터이니, 곧 따라 올라오셔요”하고, 서울쥐가 조르르 기어 올라가서 노오란 쇠문이 덮인 구멍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시골 쥐도 기어 올라가기는 원래 잘 하므로 곧 뒤따라 기어 올라가서, 뛰어 들어갔습니다.

“어떻습니까? 넓지요? 아무것보다도 마음이 놓이는 것은 고양이 걱정이 야요. 이 속에 이렇게 들어앉아 있으면, 아주 천하태평입니다. 자아, 좀 편히 쉬십시오.”

서울 쥐는 몹시도 친절하게 굴고 공손하게 대접하여서, 시골 쥐는 도리어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할 만큼 고맙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시골서는 구경도 못하던 청요리 찌꺼기, 양과자 부스러기 같은 음식을 많이 내어 놓아서,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 시골쥐의 머리 위에 무언지 뚝 떨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보니까, 우표딱지 붙인 봉투였습니다. 시골 쥐가 어떻게 몹시 놀래었는지, 서울 쥐는 깔깔 웃으면서,

“그렇게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인제고 그런 편지가 자꾸 들어옵니다. 아무 염려 없어요. 이따가 잘 때에 깔고, 덮고, 자라고, 생기는 것이랍니다. 잠든 후에도 밤이 깊어갈수록 춥지 말라고 자꾸자꾸 그런 것이 생겨서 두둑하게 덮어줍니다.”

하고, 지금 떨어진 그 편지 봉투를 깔고 앉으라고, 시골 쥐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가다 비가 몹시 오거나 하는 때에 먹을 것이 없으면 풀칠 많이 한 봉투를 뜯어 먹기도 하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때에, 이번에는 신문지를 착착 접어 묶은 것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편지는 꽤 큽니다그려.”

하고, 시골 쥐가 서울 쥐 보고 말했습니다.

“아니오. 이건 편지가 아니라 신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생기는 일이면, 무어든지 이 속에 모두 적혀 난답니다. 어! 어! 무엇이 났나 좀 읽어볼까?”

하고 그 신문을 펴 가지고 들여다보더니

“에이, 속상하군! 흑사병이 유행하니까, 우리들을 모두 잡아 죽여야 된다고 아주 크게 냈는걸…….”

“에구, 그럼 큰일 났구려, 공연히 올라왔구려! 맞아 죽으면 어쩌나요.”

“아니요. 그렇지만 이 집 속에 있으면 겁날 것은 없습니다. 아무 염려 말고 계십시오.”

시골 쥐는 간신히 마음 놓고, 편지를 깔고, 신문지를 이불로 덮고 드러누워서, 피곤한 판에 고단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시골 손님이 잠자는 동안에 나는 나가서 먹을 양식을 얻어 가지고 와야겠다’
하고 서울 쥐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참 지난 후, 밤이 차차로 밝아올 때였습니다.

‘재그럭 재그럭’하고 머리맡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나므로 시골 쥐는 신문지 이불 속에서 눈이 뜨여서 움찔하였습니다. 큰일 났지요. 별안간에 머리맡에 있는 누런(이때까지 잠겨 있던) 문이 밖으로 열리면서, 커다란 손이 쑥 들어오더니, 거기 있는 편지고 엽서고 신문지고 모두 휩쓸어 내가더니, 문턱에서 굉장히 큰 가방 속에 몰아 넣었습니다.

신문지 밑에 웅크리고 있던 시골 쥐도 그 통에 휩쓸려서 가방으로 들어가고, ‘제꺽’하고 가방 문까지 잠겨 버렸습니다.

어쩐 영문을 모르는 시골 쥐는 이렇게 가방 속에 갇혀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는지 겁도 나고 갑갑도 하여, 입으로 ‘각작 각작’ 가방 가죽을 뜯어 물어 떼어서, 구멍을 뚫어 놓고, 그리고 얼굴을 쑥 내밀고, 형편을 살펴보았습니다.

자기가 갇히어 있는 가방은 어떤 누런 모자 쓰고, 누런 양복 입은 사람의 어깨에 메여져서, 그의 궁둥이에 매달려서, 지금 어디로인지 자꾸 가는 중이었습니다.

아직도 이른 새벽이건만, 서울 남대문 안은 퍽 복잡하였습니다.

전차가 ‘잉잉’하면서 달아나고 인력거가 이 길 저 길로 곤두박질해 다니고, 자전거가 ‘따르릉 따르릉’하고 달아나고 마차 끄는 말까지, 아무 일 없는 강아지까지 급급히 뛰어가고, 뛰어오고 하였습니다.

“대체 서울이란 굉장히 크고 좋기도 하지만, 굉장히 바쁘게 다니는 곳이다.”

고, 시골 쥐가 생각할 때에 어느덧 자기를 메고 가는 누런 양복쟁이는 어느 커다란, 이번이야 말로 남대문 정거장같이 큰 벽돌집 뒷문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는 마치 더러운 북더기(쓰레기)를 버리듯이 가방에 가지고 온 편지를 커다란 채통 속에 쏟았습니다.

“이크! 쥐야, 쥐다! 쥐가 우편 가방에서 나왔다!

하고, 누런 양복쟁이가 소리를 지르니까, 여러 십 명 되는 사무원들이,

“어디?”

“어디?”

하고, 우루루 몰려와서, 시골 쥐를 잡으려고 소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골 쥐는 잡히지 않고, 간신 간신히 도망하여 마루 밑에 숨었습니다.

“아아, 서울은 무섭다. 무서운 곳이다! 서울 쥐들은 친절하지만 양옥집도 무섭고, 흑사병도 무섭다. 에엣, 가방 구멍으로 내다보고 서울 구경은 꽤 한 셈이니, 인제는 달아나야겠다. 어서 달아나야겠다.”

하고, 그 날로 곧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4년 5월 《어린이》 2권 5호에 발표.

 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이었습니다. 절간에서 밤에 치는 종 소리도 그친 지 오래 된 깊은 밤이었습니다. 높은 하늘에는 별만이 반짝반짝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밤중이었습니다.
 이렇게 밤이 깊은 때 잠자지 않고 마당에 나와 있기는 나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참말 내가 알기에는 나 하나밖에 자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시계도 안 보았어요. 아마 자정 때는 되었을 것입니다. 어두운 마당에 가만히 앉아 별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니까 별을 볼수록 세상은 더욱 고요하였습니다.
 어디서인지 어린 아기의 숨소리보다도 가늘게 속살속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들어서는 큰일 날 듯한 가늘디 가는 소리였습니다. 어디서 나는가 하고 나는 귀를 기울이고 찾다가 내가 공연히 그랬는가보다고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살거리는 작은 소리는 또 들렸습니다. 가만히 듣노라니까 그것은 담 밑 풀밭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아이구! 이제 곧 새벽이 될 터인데 꿀떡을 여태까지 못 만들었으니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것은 곱디고운 보랏빛 치마를 입은 조그만 앉은뱅이꽃의 혼이었습니다.
 “에그, 꿀떡은 우리가 모두 만들어 놓았으니 염려 말아요. 그런데 내일 새들이 오면 음악할 자리를 어디다 정하우.” 하는 것은 분홍 옷을 입은 진달래꽃이었습니다.
 “음악할 자리는 저 집 이층 위로 정하지 않았나 봐! 잊어버렸나?”
하고 노란 젖나무꽃이 말을 하고는 복사나무 가지를 쳐다보고,
 “에그, 여보! 왜 여태껏 새 옷도 안 입고 있소? 그 분홍 치마를 얼른 입어요. 그리고 내일 거기서 새들이 음악할 자리를 치워 놓았소?”
하고 물었습니다.
 “치워 놓았어요. 이제 우리는 새 옷만 입으면 그만이라오. 지금 분홍 치마를 다리는 중이어요. 그 아래에서는 모두 차려 놓았소?”
하고 혼은 몹시 기뻐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보니까 거기는 진달래꽃이랑 개나리꽃이랑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날만 밝으면 좋은 세상이 온다고 그들은 모두 새 옷을 입고 큰 잔치의 준비를 바쁘게 하는 중이었습니다. 할미꽃은 이슬로 술을 담그느라고 바쁜 모양이고, 개나리는 무도장 둘레에 황금색 휘장을 둘러치느라고 바쁜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벌써 심부름을 다 하고 앉아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아기꽃들도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때 ‘따르릉 따르릉’ 하고 조그만 인력거 한 채가 등불을 켜달고 손님을 태워 가지고 왔습니다. 인력거꾼은 개구리였습니다. 인력거를 타고 온 손님은 참새 색시였습니다. 왜 이렇게 별안간에 왔느냐고 꽃들이 놀래서 하던 일을 놓고 우루루 몰려왔습니다. 참새의 말을 들으면 제비와 종달새 들은 모두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꾀꼬리가 목병이 나서 내일 독창을 못하게 되기 쉽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에그, 그래 내일 꾀꼬리가 못 오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들을 하다가 좋은 꿀을 한 그릇 담아서,
 ‘약으로 잡수어 보라’고 주어 보냈습니다.
 참새 색시는 꿀을 받아가지고 다시 인력거를 타고 급히 돌아갔습니다. 참새가 돌아간 후 얼마 안 있어서, 이번엔 ‘따르릉 따르릉’ 하고 불 켠 자전거가 휘몰아 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것은 다리 긴 제비였습니다.
 “어이구, 수고 많이 하였소.”
 “얼마나 애를 썼소.”
하고 꽃들은 일을 하는 채로 내다보면서 치사를 하였습니다.
 제비는 5월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는 꽃과 벌레 들을 돌아다니면서 깨어 놓고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래 우선 애썼다고 이슬술을 한 잔 얻어먹고 좋아하였습니다. 동네 어느 집에선가 새로 두 점을 치는 시계 소리가 들려올 때에, 나비 한 마리가,
 “나비들은 모두 무도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준비가 어떻게 되었느냐?”
고 그것을 알러 왔다가 갔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날이 밝기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하늘의 별들은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일러 주는 것처럼 반짝반짝하고 있었습니다. 고요하게 평화롭게, 5월 초하루의 새 세상이 열리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네 시쯤 되었습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벌써 종달새가 하늘에 높이 떠서 은방울을 흔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꽃들이 그 소리를 듣고 문을 달각 열고 빵끗 웃었습니다. 참새가 벌써 큰 북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제비들이 길다란 피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주섬주섬 모두 모여들어서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층 아래층에서 꽃들이 손님을 맞아들이기에 바빴습니다. 아침 해 돋을 때가 되어 무도복을 가뜬히 입은 나비들이 떼를 지어 왔습니다.
 그러는 중에 갑자기 더 판이 울려졌습니다. 목을 앓는다던 꾀꼬리도 노란 새 옷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 인력거에 실려 당도하였습니다. 꾀꼬리가 온 것을 보고 모두들 어떻게 기뻐하는지 몰랐습니다.
 일 년 중에도 제일 선명한 햇빛이 이 즐거운 잔치터를 비추기 시작하였습니다. 버들잎, 잔디풀은 물에 갓 씻어낸 것처럼 새파랬습니다.
 5월 초하루! 거룩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복사나무 가지 위 꽃 그늘에서 온갖 새들이 일제히 5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맞춰서 나비들이 춤을 너울너울 추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잔디풀, 버들잎까지 우쭐우쭐 하였습니다.
 즐거운 봄이었습니다. 유별나게 햇빛 좋은 아침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아이구, 복사꽃이 어느 틈에 저렇게 활짝 피었나!”
 “아이구, 이게 웬 나비들이야!”
 “이제 아주 봄이 익었는걸!”
하고 기쁜 낯으로 이야기하면서 보고 들었습니다. 5월 초하루는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이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4년 2월 《어린이》 2권 2호에 발표.

나무꾼 한 사람이 연못가에서 큰 나무를 베다가 번쩍 든 도끼를 놓쳐서 그 도끼가 연못물 속에 풍덩 들어가 버렸습니다. 한없이 깊은 연못 속에 들어갔으니까 다시 찾을 생각도 못하고 나무꾼은 그냥 연못가에 쓰러져서 탄식을 하고 있노라니까 어여쁜 물귀신이 나와서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래 도끼 잃어버린 말을 하니까,

“염려 말게, 내가 찾아다 줌세.”

하고, 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번쩍번쩍하는 좋은 금도끼를 가지고 나와서,

“네게 이것이냐?”

고, 물으므로 나무꾼은 정직하게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이번에는 좋은 은도끼를 들고 나와서 이것이냐고 물었으므로 또,

“그것도 아니올시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세 번째 또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이번에는 보통 쇠도끼를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나무꾼은 그제야,

“예예, 그것이 제 것이올시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물귀신은 나무꾼의 마음이 정직한 것을 기특하게 여기고, 그 금도끼 은도끼까지 모두 내주었습니다.

마음 정직한 나무꾼이 은도끼 금도끼를 얻어서 수가 난 것을 보고 샘 잘 내는 친구 한 놈이 그 길로 자기 집 도끼를 들고 연못가로 뛰어가서 일부러 도끼를 연못물 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이번에도 물귀신이 나와서 도끼를 잃어버렸단 말을 듣고 다시 들어가더니, 번쩍번쩍하는 좋은 금도끼를 들고 나와서,

“네게 이것이냐?”

하였습니다.

“예, 그것이 제 것이올시다.”

하고, 두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어여쁜 물귀신은 눈을 크게 뜨고,

“예끼 못된 놈.”

하고 금도끼를 주지도 않고 그냥 물속으로 들어가 바렸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갔던 도끼만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3년 7월 《어린이》에 발표.

어느 들에 어여쁜 나비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날마다 아침 때부터 꽃밭에서 동산으로, 동산에서 꽃밭으로 따뜻한 봄볕을 쪼이고 날아다니면서 온종일 춤을 추어, 여러 가지 꽃들을 위로해 주며 지내었습니다.

하루는 어느 포근한 잔디밭에 앉아서 따뜻한 볕을 쪼이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신께서는 나를 보시고,

'즐겁게 춤을 추어 많은 꽃들을 기껍게 해 주는 것이 너의 직책이다!'

하셨습니다.

'나는 오늘 지금까지 모든 꽃들을 모두 기껍게 해 주기 위하여, 내 힘껏하여 왔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좀더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후부터는 날마다 그 '더 좋은 일'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나비는 그 날도 온종일 재미롭게 춤을 추었기 때문에, 저녁때가 되니까 몹시 고단하여서, 일찍이 배추밭 노오란 꽃가지에 누워서, 콜콜 가늘게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나비는 전과 같이 이리저리 펄펄 날아다니노라니까, 어느 틈에 전에 보지 못하던 모르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시골같이 쓸쓸스런 곳인데, 나직한 언덕 위에 조그마한 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에그? 어떻게 이런 곳으로 왔을까!"

하고, 나비는 이상해 했습니다. 그리고, 언뜻 보니까, 그 조그마한 집 뒤뜰에는 동백나무가 서 있고, 나무에는 빨간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으므로, 나비는 그 꽃 위에 앉아서 날개를 쉬고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볕만 퍼지고 동네도 조용하고, 이 조그만 집도 사람 없는 집같이 조용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이 빈 집같이 조용하던 집에서 나직하고 조심스런 소녀의 소리가 들리었습니다.

"이애 민수야, 얼른 나아야 약을 먹고 얼른 나아야 아니하니? 네가 이렇게 앓아 누웠기만 하면, 누나가 쓸쓸하지 않으냐?

분명히 병든 동생의 머리맡에 앉아서 근심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병든 동생이 기운 없는 말로 대답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누나, 나는 약 먹기 싫어요. 써서 어떻게 먹우. 약보다도 나는 동산에 가고 싶어요. 살구꽃하고 복사꽃이 피었겠지요. 응? 누나야, 작년처럼 돈산에 올라가서 새 우는 소리도 듣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싶어요. 아아, 어서 동산에를 가 보았으면!"

나비는 이 가느다란 불쌍한 소리를 듣고, 퍽 마음이 슬펐습니다.

잠이 깨어 눈이 뜨였습니다. 벌써 날이 밝아서 세상이 훤하였습니다. 나비는 지난 밤에 꾼 꿈을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생각하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어디인지 분명히 그런 불쌍한 어린 남매가 있는 것같이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비는 가끔가끔 놀러 오는 동무 꾀꼬리에게 찾아가서, 그 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마음 착한 꾀꼬리도 그 말을 듣고,

"그럼 분명히 그런 불쌍한 남매가 어딘지 있는 모양일세."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앓는 동생이 새 소리를 듣고 싶고, 나비를 보고 싶드라고 하더라니, 우리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둘이 찾아가 보세그려."

하였습니다.

나비와 꾀꼬리는 꿈에 본 집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그러나, 어디 어느 곳에 그런 집이 있는지 아는 수가 있겠습니다. 하는 수 없이 쩔쩔매다가, 마침 높이 떠서 날아오는 기러기를 봤습니다.

서늘한 나라를 찾아서 북쪽으로 향하고 먼 길을 가던 기러기는 꾀꼬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내려왔습니다.

"남쪽에서 오시는 길에 혹시 언덕 위에 조그만 집에 어린 동생이 앓아 드러누웠고, 누이가 울고 있는 불쌍한 남매를 보지 못하였습니까? 우리는 그 집을 찾아가려고 그럽니다."

"아아, 알고말고요. 착한 남매가 불쌍하게 근심을 하고 있습니다. 어서 가보십시오. 여기서 저어 남쪽으로 쭈욱 가서, 아마 십 리는 될 거요. 여기서 곧장 가면, 그 언덕 있는 곳이 보입니다. 어서 가 보십시오."

하고 아르켜 주고 북쪽 나라로 갈 길이 멀고 급하다고 인사하고 갔습니다. 나비와 꾀꼬리는 기꺼워서 한숨에 갈 듯이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한참이나 가니까, 언덕이 보였습니다. 그 언덕 위에는 꿈에 보던 그 조그만 집이 있고, 뒤뜰에는 꿈에 앉았던 동백꽃도 피어 있었습니다. 어떻게도 반가운지,

"여기다, 여기다."

하고 나비는 꾀꼬리를 데리고 동백꽃 나무에 앉아서,

"아가씨 아가씨, 문 열어 주십시오."

하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방 속에서도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꾀꼬리가,

"아무리 부른들 알아들을 리가 있나"

하고, 이번에는 자기가 그 어여쁜 목소리로,

"꾀꼴 꾀꼴 꾀꼴꼴꼴······."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방 속에서 깜짝 놀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드르륵 열렸습니다.

꾀꼬리는 그냥 자꾸 노래를 불렀습니다.

방문을 열고 내다보는 사람은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얌전한 소녀였습니다. 꾀꼬리와 나비가 나란히 앉았는 것을 보고, 몹시도 반가워하면서, 마치 반가운 사람이나 만난 듯이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며, 사람에게 하는 말같이,

"아이구 고마워라, 꾀꼬리도 나비도 왔구면······. 민수가 어떻게 너희들을 보고 싶어했는지 모른단다"

하고는,

"예그, 민수가 보게 방에까지 들어왔으면 좋으련만······."

하였습니다.

나비와 꾀꼬리는 후루루 날아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이라야 좁다란 한 칸 방인데, 아홉 살쯤된 어린 사내아이가 마르고 파아란 얼굴에 눈을 감고 누워서 잠이 든 것 같기도 하고, 죽은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민수야, 눈을 떠 보아라. 꾀꼬리와 나비가 왔다."

하면서, 소녀는 동생을 부드럽게 흔들어서 깨웠습니다.

꾀꼬리는 목소리를 곱게 내어 재미있고 씩씩하게,

"꾀꼴 꾀꼴 꾀꼴꼴······."

하고, 노래를 정성껏 불렀습니다. 나비는 그 노래에 장단을 맞춰서, 재주껏 화려하게 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병든 어린이의 자리를 빙빙 돌았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들을 수 없는 훌륭한 음악이요, 진기한 무도이었습니다.

거슴프레하게 떴던 병든 소년의 두 눈은 점점 크게 떠지면서 생기가 나면서 춤추며 돌아다니는 나비를 따르고, 귀는 아름다운 꾀꼬리의 노랫소리를 정성스럽게 듣고 있었습니다.

꾀꼬리와 나비는 열심히 열심히 재주와 정성을 다하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니까 병든 소년의 눈을 점점 광채가 나기 시작하고, 파아란 얼굴에는 붉은 혈기가 점점 점점 돌아오더니, 이윽고는 긴긴 겨울이 지나도록 한번도 보지 못한 웃음의 빛이, 그의 눈에도 입에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을 보고 꾀꼬리와 나비는 기운껏 기운껏 피곤하기까지 노래와 춤을 추었습니다.

그 날 밤에는 소년의 따뜻한 주선으로, 그 집 처마 끝 동백나무 그늘에서 자고, 그 이튿날도 방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하였습니다.

어린이의 병은 차츰 나아지고, 기운과 정신이 나날이 새로워졌습니다.

나비와 꾀꼬리는 그 이튿날도 또 그 이튿날도 쉬지 않고 노래와 춤으로 병든 소년을 위로하였습니다.

이렇게 이레 동안을 지나자, 소년은 아주 쾌하게 병이 나아서, 누나의 손을 잡고, 동산에도 가고 뜰에도 가서 꾀꼬리와 나비와 재미있게 뛰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23년 7월 《어린이》에 발표.

옛날, 어느 산 밑에 아들도 딸도 없는 늙은이 내외가 살고 있었습니다. 천냥(재산)이 없어서 가난하기는 하였지만, 영감님이나 마나님이나 똑같이 마음이 착해서,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신세를 지지 아니하고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이웃집에 마음 사납고, 게으르고, 욕심 많은 홀아비 한 영감이 있어서, 날마다 낮잠만 자고 놀고 있으면서, 마음 착한 내외를 꼬이거나 속여서 음식은 음식대로 먹고, 돈은 돈대로 속여서 빼앗아가고 그러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매양 두 내외를 괴롭게 굴고, 험담을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아는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욕심쟁이를 다시 잘 가르쳐서, 다시 길렀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이미 늙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길러내거나 가르치는 수도 없고, 아무래도 별수가 없었습니다.

참말, 그 욕심쟁이 늙은이로 해서, 착한 영감 내외는 아무리 힘을 들여 일을 하고, 애를 써서 벌어도 밑바닥 깨어진 독에 물 길어 붓는 것 같아서, 돈 한 푼 모이지 않고, 단 하루도 편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다 꼬부라진 허리를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죽을 고생을 들여서, 이른 아침부터 밤 어둡기까지 산에 가서 나무를 모아다가 팔지 아니하면, 그날 밥을 먹지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런, 마음 착한 영감님은 조금도 이웃집 홀아비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아니하였고, 다만 자기가 너무 늙어서 마음대로 벌이를 못하게 되는 것만 한탄하면서, 조금만 더 젊었으면 좀더 일을 많이 할 수가 있겠는데……, 하면서 지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중에 하루는 참말로 뜻밖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같이 이른 아침에 산 속으로 나무하러 간 영감님이, 저녁때가 되어 마나님이 저녁 밥을 차려 놓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아니하였습니다. 웬일일까 웬일일까 하고, 자주 산길을 내다보면서 기다려도 영감님은 오지 아니하였습니다. 벌써 밤이 되었는데 어째 아니 올까 어째 아니 올까 하고, 앉았다 섰다 하면서, 갑갑히 기다려도 오지 아니하였습니다. 늙은이가 산 속에서 혹시 다치지나 아니하였을까? 무슨 무서운 짐승에게 잡혀 가지나 안했나? 하고, 무서운 의심과 겁이 벌컥 나서, 이웃집 욕심쟁이 늙은이를 보고, 암만해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니, 횃불을 들고 좀 찾아가 보아 달라 하니까, 의리도 모르고 은혜도 모르는 욕심쟁이 늙은이는,

"이 밤중에 누가 찾으러 간단 말이냐."

고 하면서, 고개도 들지 아니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어서 마나님이 혼자서라도 찾으러 가야겠다고, 짚신을 신고 횃불을 켜들고, 문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니까, 그제야 나뭇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컴컴한 산길로 영감님이 오지 않습니까. 마나님은 어찌나 반가운지 후닥닥 뛰어가서 손목을 잡으면서,

"아이고, 어서 오시오. 어떻게 걱정을 하였는지 모르겠소. 왜 이렇게 늦으셨소?"

하고, 집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나뭇집을 내려 놓고 방에 들어온 후에야, 영감님의 얼굴을 보고 마나님은 깜짝 놀래었습니다. 이상도 하지요. 영감님의 얼굴은 주름살 하나 보이지 않고, 수염도 없어지고, 하얗게 세었던 머리도 새까매지고, 아주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젊디젊은 새서방으로 변한 까닭이었습니다.

"아이고 여보, 어떻게 이렇게 젊어지셨소? 아주 새파란 젊은 사람이 되었으니……."

하면서, 하도 이상하고 신기하여서 물어 보았습니다. 영감님은 목소리까지 아주 젊은 소리로,

"글쎄, 나도 이상하오. 처음에 산 속에 가서 나무를 긁고 있노라니까, 어디에서 왔는지 처음 보는 파아란 새가 후르르 날아와서, 내 머리 위의 나무에 앉더니,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어여쁜 소리로 재미있게 노래를 하는지, 나느 그만 그 새 소리에 정신이 쏠려서, 갈퀴를 손에 쥔 채로 가만히 서서 그 소리를 듣고 있지 않았겠소. 그랬더니, 잠깐 있다가 그 파랑새는 노래를 뚝 그치더니, 후르르 산 속으로 날아갑디다그려. 그래 나는 하도 섭섭하여서 한참이나 그대로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까, 저어 산 속에서 그 새 소리가 나길래 한 번 더 가깝게 가서, 그 소리를 들으려고 그 산 속으로 가니까 또 후르르 하고 더 깊이 날아길래, 그냥 따라서 자꾸 좇아 들아갔었구려. 그렇게 한참 가니까, 생전에 가 보지 못하던 곳인데, 거기 조그만 나뭇가지에 새가 앉았습디다. 그래, 거기까지 가 보니까, 그 나무 밑에 조그만 웅덩이가 있고, 별안간 어찌 목이 마른지 그냥 그 샘물을 손바닥으로 퍼 먹어 보았더니, 어떻게 그 물맛이 시원한지, 좋은 약주를 먹은 것 같습디다. 그래서, 나는 그만 파랑새니 무어니 다 잊어버리고, 다섯 번이나 그 샘물을 퍼 먹었지. 그랬더니 속이 시원하면서, 술 먹은 사람같이 마음이 상쾌한 중에, 어떻게 그만 잠이 들어서 한참 동안이나 자다가 밤이 되니까, 어찌 추운지 추워서 깨어 가지고, 지금 돌아오는 길이오."

하고, 태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이고! 그럼, 그 샘물이 필시 젊어지는 신령한 샘물이 든 것인가 보구려."

하면서, 노파도 기꺼워하였으나, 큰일 난 것은 영감님이 너무 젊어지고, 마나님은 그대로 있으니까, 마치 영감님은 마나님의 아들같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아니 되겠다고, 이튿날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서, 젊은 영감님이 늙은 마나님을 데리고, 산 속으로 샘물을 찾아가서 물을 떠 먹었습니다. 그래서, 마나님도 스물둘이나 세 살 쯤 젊은 새색시가 되어, 아주 기운차고 일 잘하는 젊은 내외가 되어 재미있게 살게 되었습니다.

게으름뱅이 욕심쟁이 홀아비 늙은이가 그것을 보고, 한시 잠시도 참을 수가 없어서, 착한 새 젊은이를 보고, 그 샘물 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 하였습니다. 마음 착한 새 젊은이는 싫단 말 아니하고,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욕심쟁이는 부리나케 한걸음에 갈 것같이 뛰었습니다.

욕심쟁이도 젊어져 가지고 돌아오려니 하고, 두 내외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를 아니하였스빈다. 저녁때가 되고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밤중이 되어 캄캄하여졌어도 돌아오지 아니하고, 그 이튿날 새벽이 거의 되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습니다.

암만해도 의심이 가서, 새 젊은 내외는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산 속 샘물을 찾아갔습니다. 샘물 옆까지 와 보아도 욕심쟁이는 보이지 아니하였습니다.

"필경 늑대나 호랑이에게 물려 간 모양이로군."

하고, 탄식을 하면서, 근처를 찾노라니까, 이것 보십시오! 저쪽 바위 틈에 크디큰 어른의 옷을 입은 갓난 어린애가 누워서, '으앙 으앙'하고 울고 있지 않습니까. 웬일인가 하고 뛰어가 보니, 옷은 분명히 욕심쟁이 늙은이가 입었던 옷인데, 옷 속에서 갓난 아기가 '으앙 으앙' 울고 있으므로, 그 욕심쟁이 늙은이가 샘물을 퍼 먹을 때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 한없이 많이 퍼먹고, 젊다젊다 못해서, 아주 갓난아기가 된 것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새 젊은 내외는 깔깔깔 웃으면서,

"우리 집에 어린애가 없어서 쓸쓸스러우니, 우리가 갖다가 기릅시다."

하고, 갓난아기를 안고 내려왔습니다.

마음 착한 내외에게 다시 길리워 자라난 후에는, 욕심도 없고, 게으르지도 않은 좋은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