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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리(十里)
어디로 갈까.
 
산(山)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定州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이 하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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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다리는 놓였던 것을!
건너가지 않고서 바재는 동안
<때>의 거친 물결은 볼 새도 없이
다리를 무너치고 흘렀습니다.

먼저 건넌 당신이 어서 오라고
그만큼 부르실 때 왜 못 갔던가!
당신과 나는 그만 이편 저편서,
때때로 울며 바랄 뿐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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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고 할지라도 자취도 없는
분명치 못한 굼을 맘에 안고서
어린듯 대문 밖에 비껴 기대서
구름 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바라는 볼지라도 하늘 끝에도
하늘은 끝에가지 꿈길은 없고
오고 가는 구름은 구름은 가도
하늘뿐 그리 그냥 늘 있읍니다.

뿌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자갯돌 밭에서도 풀이 피듯이
기억의 가시밭에 꿈이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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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길을 가다 한 서당에서 재워줄 것을 청하나, 훈장은 그를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이런 서당에 대한 욕설을 퍼부은 시이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1]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2][3]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4]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5]

  1. 내조지 : ‘내 좆’
  2. 방중  : 內가 아니라 中을 쓴 것으로 보아 ‘방사 중인’을 뜻함
  3. 개존물: ‘개 좆물’
  4. 제미십 : ‘제미’는 '제 어미'의 줄임말이고, 십은 '씹하다'이다.
  5. 내불알 : ‘내 불알’. 사실 문법상으로 부래알(不來謁)이 맞다.

(한문대로) 해설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 보니
방안에는 모두 귀한 물건들일세
학생은 전부 열명도 채 안되고
훈장은 와서 만나주지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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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야박한 인심을 비아냥거리는 욕설시이다. 금강산 유점사에 방문했을 때의 시라고 한다.
僧頭團團汗馬螂 (승승단단한마랑)
儒頭尖尖坐狗腎 (유두첨첨좌구신)
聲今銅鈴零銅鼎 (성금동령영동정)
目若黑楸落白粥 (목약흑추락백죽)
 
중 대가리 똥글똥글 땀난 말불알
선비 상투 뾰쭉뽀쭉 앉은 개자지
목소리 곧 구리솥 구르는 방울소리
눈깔은 흰 죽에 빠트린 검은 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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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에서 밥을 얻어 먹었는데 쉰밥을 주자, 그를 저주하기 위해 지은 언어유희적 시이다.

二十樹下 三十客 (이십수하 삼십객)
四十家中 五十食 (사십가중 오십식)
人間豈有 七十事 (인간기유 칠십사)
不如歸家 三十食 (불여귀가 삼십식)

스물나무아래 서른("서러운") 나그네에게
마흔("망할") 집에선 쉰밥을 주네
사람이 어떻게 일흔("이런") 짓을 하리요
집에 돌아가 서른("설익은") 밥 먹느니 못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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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한 서당에 묵기 위해 서당 훈장과 시짓기 내기를 하며 지은 시이다. 훈장은 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멱’(覓) 자를 운으로 하여 지어보라고 한다.

許多韻字 何呼覓 (허다운자 하호멱)
彼覓有難 況此覓 (피멱유난 황차멱)
一夜宿寢 懸於覓 (일야숙침 현어멱)
山村訓長 但知覓 (산촌훈장 단지멱)

허다하게 많은 운중 하필“멱”이요
저번 멱도 어려운데 이번에도“멱”
하루 밤자고 묵음이 “멱”에 달렸고
산골 훈장은 아는게 “멱”자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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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싸우고 또 싸우며 제3년 들어서다
이날 아침 간절한 소원 두 가지 있아로라,
첫째는 올해에 '적국 항복' 꼭 받고 싶고
둘째는 우리 동포 '지도민족(指導民族)' 되어지이다.

2

'적국 항복' 받기 위해 우리 피 더욱 흘려
흘린 피 되어요 승(升)에서 두(斗)요 석(石)으로 올리고저,
바치온 돈도 천 원이요 만 원에서
백만이요, 억천만 원으로 올리옵고저.

3

'지도민족'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무장하여
폐하의 주신 검(劍)으로 '조국일본 강토' 지키옵고저
또 우리 아이 모두 '의무교육' 받아 지혜롭고
백성들은 '연성(鍊成)' 받아 병농일여(兵農一如)에 달하옵고저.

4

아세아는 부(富)하고 크라, 올해부터
우리 모두 이땅의 귀인(貴人)이 되고 지도가 되어지이다.
어서 이 흉적을 물리치고서
어서 우리 자체(自體)를 닦고 씻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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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사는 대농(大農)이요
싸움은 대첩(大捷)엔데
이때에 부르시니
더욱 황송하옵네다.

자라긴 좁은 초가집 구들장 위이나
인제, 표범같이 뛰어 뵙지요.
배우긴 소학독본이오나
인제, 산(山)달같이 일편단심 걸어 뵙지요.

2

5월 담장에
월계꽃 피듯
인제, 우리 자녀
송이송이 피오리다.

누가 감히 낮추어보랴
님이 쓰실 이 소중한 몸을,
누가 감히 범하려들랴
님이 부르실 이 거룩한 자녀들.

앞으로! 어서 앞으로!
우리 2천 7백만, 님의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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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대는 20대 우리는 40대
부자 이대 서로 나란히 서서 전장에 내닫세
다만 오늘은 그대 선진(先陣)되고 내일날 우리 뒤따르리
안 나서면 무얼 하나
못 쳐서 오륙십 살면 무얼하나
차라리 한두 해도 번듯하게 살아버리지.

번듯하게 사는 길이란-
제 목숨 나라에 바쳐, 나라가 그 생사 맡아주심일레
그러면 살 제는 후하게 따뜻하게 뜻같게 하여주시고
죽을 젠 그 자리 거룩하고 높게 꾸며주시네
지금, 조국은 전쟁하는 때
살고 죽고를 더욱더 군국(君國)에 바칠 때일세

이인석 군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도 병(兵)되어 생사를 나라에 바치지 않았던들
지금쯤 충청도 두메의 이름없는 농군이 되어
베옷에 조밥에 한평생 묻혀 지내었겠지
웬걸 지사, 군수가 그 무덤에 절하겠나
웬걸, 폐백과 훈장이 그 제상에 내렸겠나.

2

그대 안 나가면 어떻게 되나-
변호사를 하겠지, 교사나 중역이 되겠지
그러나 한편 남대문과 종로에 폭탄이 떨어지고
그대의 처자는 미영병(米英兵)에 모욕을 당하면 어떻게 하리
이 일은 파리 대학생과 이태리 학도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조국을 나아가 막지 않는 자엔 천벌이 내리느니라'

또 그대가 안 나가고 이불을 쓰고 드러누울 수는 있겠나,
명춘(明春)엔 동생되는 중학생 수만이 징병으로 나서고
보국대로 좌우친화(左右親和)가 괭이 들고 자꾸 나서고
소년들까지 징용공으로 공장에 나갈 적에
양심 있고 의리 있는 그대, 나가지 말란들 그리 될까
어서 하루 급히 나서라, 벗이여, 학우여!

오오, 조선 동포의 대표여 꽃이여
오오, 제국의 수재여, 빛(光)이여
오오, 폐하의 고굉(股肱)이여, 나라의 기둥인 그대여
부명(父命)을 받들고 어서 나서라!
군명(君命)을 받들고 어서 나서라!
때는 급하느니, 천명을 받들고 어서어서 나서시라.
-특별지원병에게 보내는 한 시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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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 드니
산천은 依舊(의구)ᄒᆞ되 인걸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 연월이 ᄭᅳᆷ이런가 ᄒᆞ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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