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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리(十里)
어디로 갈까.
 
산(山)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定州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이 하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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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다리는 놓였던 것을!
건너가지 않고서 바재는 동안
<때>의 거친 물결은 볼 새도 없이
다리를 무너치고 흘렀습니다.

먼저 건넌 당신이 어서 오라고
그만큼 부르실 때 왜 못 갔던가!
당신과 나는 그만 이편 저편서,
때때로 울며 바랄 뿐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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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고 할지라도 자취도 없는
분명치 못한 굼을 맘에 안고서
어린듯 대문 밖에 비껴 기대서
구름 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바라는 볼지라도 하늘 끝에도
하늘은 끝에가지 꿈길은 없고
오고 가는 구름은 구름은 가도
하늘뿐 그리 그냥 늘 있읍니다.

뿌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자갯돌 밭에서도 풀이 피듯이
기억의 가시밭에 꿈이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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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땀, 여름볕에 땀 흘리며
호미 들고 밭고랑 타고 있어도,
어디선지 종달새 울어만 온다,
헌출한 하늘이 보입니다요, 보입니다요.

사랑, 사랑, 사랑에, 어스름을 맞은 님
오나 오나 하면서, 젊은 밤을 한소시 조바심할 때,
밟고 섰는 다리 아래 흐르는 江물 !
江물에 새벽빛이 어립니다요, 어립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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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신 산천에도 금잔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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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구름을 잡아타면
붉게도 피로 물든 저 구름을,
밤이면 새캄한 저 구름을.
잡아타고 내 몸은 저 멀리로
九萬里 긴 하늘을 날아 건너
그대 잠든 품속에 안기렸더니,
애스러라, 그리는 못한대서,
그대여, 들으라 비가 되어
저 구름이 그대한테로 내리거든,
생각하라, 밤저녁, 내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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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6월 《개벽》 24호에 발표.

백양가지에 우는 접동은 깊은 밤의 못물에
어렷하기도 하며 아득하기도 하여라.
어둡게 또는 소리없이 가늘게
줄줄의 버드나무에서는 비가 쌓일때.

푸른 하늘은 고요히 내려 갈리던 그 보드러운 눈결!
이제, 검은 내는 떠돌아오라 비구름이 되어라.
아아 나는 우노라 그 옛적의 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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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새 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 이거든
고향이 탓이되어
부모님 기억,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 곳에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속에 있습니까.
마음 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물결에 떠내려 간 浮萍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 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의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 天涯一方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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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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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기구한 발부리만 보지 말고서
때로는 고개들어 사방산천의
시원한 세상풍경 바라보시오

먹이의 달고 씀은 입에 달리고
영욕의 고(苦)와 낙(樂)도 맘에 달렸소
보시오 해가 져도 달이 뜬다오
그믐밤 날 궂거든 쉬어 가시오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숨차다 고갯길을 탄치 말고서
때로는 맘을 녹여 탄탄대로의
이제도 있을 것을 생각하시오

편안히 괴로움의 씨도 되고요
쓰림은 즐거움의 씨가 됩니다
보시오 화전망정 갈고 심으면
가을에 황금이삭 수북 달리오.

칼날 위에 춤추는 인생이라고
물속에 몸을 던진 몹쓸 계집애
어쩌면 그럴 듯도 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줄은 왜 몰랐던고.

칼날 위에 춤추는 인생이라고
자기가 칼날 위에 춤을 춘 게지
그 누가 미친 춤을 추라 했나요
얼마나 비고인 계집애던가.

야말로 제 고생을 제가 사서는
잡을 데 다시 없어 엄나무지요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길가의 청풀밭에 쉬어 가시오.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기구한 발뿌리만 보지 말고서
때로는 춘하추동 사방산천의
뒤바뀌는 세상도 바라보시오.

무겁다 이 짐을랑 벗을 겐가요
괴롭다 이 길을랑 아니 걷겠나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보시오 시내 위의 물 한 방울을.

한 방울 물이라도 모여 흐르면
흘러가서 바다의 물결 됩니다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 됩니다
다시금 땅에 내려 비가 됩니다.

비 되어 나린 물이 모둥켜지면
산간엔 폭포 되어 수력전기요
들에선 관개 되어 만종석이오
메말라 타는 땅엔 기름입니다.

어여쁜 꽃 한 가지 이울어 갈 제
밤에 찬이슬 되어 추겨도 주고
외로운 어느 길손 창자 주릴 제
길가의 찬 샘 되어 누꿔도 주오.

시내의 여지없는 물 한 방울도
흐르는 그만 뜻이 이러하거든
어느 인생 하나이 저만 저라고
기구하다 이 길을 타발켰나요.

이 짐이 무거움에 뜻이 있고요
이 짐이 괴로움에 뜻이 있다오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이
이 세상 사람다운 사람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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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라
침묵의 하루 해만 또 저물었네

탄식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니
꼭 같은 열두 시만 늘 저무누나

바잽의 모래밭에
돋는 봄풀은
매일 붓는 범불에 터도 나타나
설움의 바닷가의
모래밭은요
봄 와도 봄 온줄을 모른다더라

이즘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면
오늘도 지는 해니 어서 져다오

아쉬움의 바닷가 모래밭이니
뚝 씻는 물소리가 들려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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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태양이 씻은듯한 얼굴로
산속의 고요한 거리 위를 쓴다.
봄 아침 자리에서 갓 일어난 몸에
홑것을 걸치고 들에 나가 거닐면
산뜻이 살에 숨는 바람이 좋기도 하다.
뾰죽 뾰죽한 풀 엄을
밟는가봐, 저어
발도 사분히 가려 놓을 때
과거의 십년 기억은 머리 속에 선명하고
오늘날의 보람 많은 계획이 확실히 선다.
마음과 몸이 아울러 유쾌한 간밤의 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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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7월 《학생계(學生界)》 1호에 투고 형식으로 발표. 원제는 〈거츤풀 흐트러진 모래동(洞)으로〉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
말없이 걸어가며 노래는 청령(蜻蛉),

들꽃 풀 보드라운 향기 맡으면
어린 적 놀던 동무 새 그리운 맘

길다란 쑥대 끝을 삼각(三角)에 메워
거미줄 감아들고 청령(蜻蛉)을 쫓던,

늘 함께 이 동 위에 이 풀숲에서
놀던 그 동무들은 어디로 갔노!

어린 적 내 놀이터 이 동마루는
지금 내 흩어진 벗생각의 나라.

먼 바다 바라보며 우득히 서서
나 지금 청령(蜻蛉) 따라 왜 가지 않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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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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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바람으로 생겨 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우리가 굼벙이로 생겨 났으면
비오는 저녁 캄캄한 녕기슭의
미욱한 꿈이나 꾸어를 보지.

만일에 그대가 바다난 끝의
벼랑에 돌로나 생겨 났더면
둘이 안고 떨어나지지.

만일에 나의 몸이 불귀신이면
그대의 가슴 속을 밤도와 태워
둘이 함께 재 되어 스러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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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1월, 김소월이 《개벽》 19호에 발표한 시이다.

진달래 꽃이 피고
바람은 버들가지에서 울 때,
개아미는
허리가 가늣한 개아미는
봄날의 한나절, 오늘 하루도
고달피 부지런히 집을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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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저물고 돋는 달에
흰 물은 솰솰......
금모래 반짝......
靑(청)노새 몰고가는 郞君(낭군) !
여기는 江村(강촌)
江村에 내 몸은 홀로 사네.
말하자면, 나도 나도
늦은 봄 오늘이 다 盡(진)토록
百年 妻眷(백년처권)을 울고 가네.
길세 저문 나는 선비,
당신은 江村에 홀로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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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른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言約도 없건마는 !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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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시나무
가막 덤불은
덤불 덤불 산마루로
벌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는 혼잣몸의
홑옷 자락은
하룻밤 눈물에는
젖기도 했소

산에는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벌어 올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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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봄 三月 三日(삼월삼일)은 삼질
江南(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렴은요
설게 이 때는
못 잊어 그리워.

잊으시기야 했으랴, 하마 어느새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
울고 싶은 바람은 점도록 부는데
설리도 이 때는
가는 봄 三月 三日은 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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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10월 《개벽》에 발표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다.

앞강(江)물 뒷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지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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